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사진) 일본 총리가 9일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을 합리화하는 근거로 평화헌법 전문(前文)을 인용한 것과 관련해 ‘헌법을 편의주의적으로 해석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위대 파병은 헌법의 이념에 부합한다”며 헌법 전문을 직접 낭독했다. 그가 낭독한 대목은 ‘우리는 전 세계 국민이 공포와 결핍으로부터 벗어나 평화롭게 생존할 권리를 갖고 있음을 확인한다. 어떤 국가도 자국의 일에만 전념하고 타국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로 이어지는 전문의 후반부.
고이즈미 총리는 파병을 정당화할 논리가 마땅치 않아 고심하다 11월 하순 이 전문을 읽은 뒤 “맞다. 바로 이 얘기”라며 무릎을 쳤다는 후문.
그러나 전쟁 포기를 규정한 헌법 9조는 언급하지 않은 채 전문 중 일부만을 이용해 자위대 파병의 본질을 감추려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작가인 오다 마코토(小田實)는 “일본은 무력으로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그것이 헌법 전문이고 9조이다”라며 “고이즈미 총리는 이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