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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산책]'호미사이드'…'투잡스' 투캅스

입력 | 2003-12-11 16:58:00


‘호미사이드’는 노회한 형사와 꿈 많은 젊은 형사가 서로 다른 개성 탓에 티격태격하다가 사건을 해결한다는 ‘투 캅스’ 영화의 전형을 벗어나지 않는다. 여기에 형사들이 또 다른 직업을 갖고 있다는 ‘투 잡스(two jobs)’ 설정이 추가됐다. 거물 배우 해리슨 포드는 그의 많은 영화에서 그렇듯, 완전히 망가졌다가 신경증에 걸린 카우보이 같은 표정을 지으며 고난을 극복해나간다.

베테랑 형사 조(해리슨 포드)와 젊은 형사 케이시(조시 하트넷)는 할리우드를 담당하는 강력반 콤비. 조는 부동산 중개업자로, 케이시는 요가교실을 운영하며 배우를 꿈꾸는 ‘투잡스 족’이다.

두 사람은 인기 절정 랩 그룹의 멤버가 공연 중 총기로 살해된 사건을 맡는다. 조는 탐문수사 도중 만난 나이트클럽 사장에게 부동산을 팔려고 시도하는 등 두 직업 사이에서 오락가락 경황이 없는 상태다. 게다가 자신 때문에 경력에 흠집이 생긴 감사팀 동료경찰로부터 집요하게 비리를 추궁 받는다.

‘호미사이드’는 미스터리 스릴러물이 아니라 해리슨 포드에 초점을 맞춘 휴먼 코미디에 가깝다. 영화는 초반에 범인을 노출시킴으로써 그를 찾는 ‘게임’의 과정에 더 무게중심을 둔다. 그러나 범인의 정체가 너무 뻔한 데다 사건 해결과정에서 노출되는 할리우드 스타 시스템의 추한 먹이사슬도 단층적으로 그려진다.

비리 혐의로 감사팀의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도 부동산 관련 전화통화에 정신을 쏟고, 부동산 중개업자 명함을 경관 명함으로 잘못 알고 주는 등 두 직업 사이에서 방황하는 조의 에피소드는 형사의 안타까운 일상을 비추는 리얼리즘적 요소인 동시에 웃음을 자아내는 유머 코드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 같은 설정은 살인사건의 해결과는 접점을 갖지 못한 채 에피소드가 오히려 내용 전개의 핵심이 되는 ‘주객전도’ 현상을 빚어낸다. 눈요기 역으로 등장한 듯한 미녀 심령술사(레나 올린)의 ‘점지’ 덕분에 범인의 위치가 밝혀진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엉뚱하게 튀는 것도 느슨한 시나리오의 운명적 종착역이다.

두 형사의 이야기지만 이 영화는 ‘진주만’ ‘블랙 호크 다운’ 등에서 주목받아온 할리우드의 샛별 조시 하트넷에 모험을 걸기보다 해리슨 포드라는 낡지만 안전한 흥행스타에 기댄다.

사건 희생자로 랩 그룹이 등장하고 왕년의 섹시스타 레나 올린이 조의 연인으로 출연하지만, 이 버디무비에서 61세의 해리슨 포드는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지는 못한다.

두 직업을 가진 형사란 설정은 각본을 맡은 로버트 수자가 로스앤젤레스 강력반 형사로 25년간 근무했던 자신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한 것.

생계유지가 어려운 경관들은 근무가 끝난 뒤 혹은 비번인 날에 사설 보디가드나 도난차량 회수 같은 부업을 갖는다고 한다. 감독 론 셸튼. 원제 ‘Homicide’. 1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이승재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