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타임머신’의 시청자배우에서 고정 출연자가 된 김량경. 그는 “내 소속을 물으면 ‘타임머신’이라고 대답한다”고 말하며 이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사진제공 MBC
상습적으로 가출하는 아내를 27번이나 찾아낸 남자, 고추장만 훔쳐가는 도둑과 이를 막으려는 동네 주민들의 신경전, 경비행기의 아래쪽에 몇 시간 동안 매달려 탈옥에 성공한 프랑스의 죄수….
과거에 일어난 신기한 사건들을 재연하는 MBC ‘타임머신’(일 밤 10·35)이 14일 100회를 맞는다. 옛날 신문 지면에 단신으로 실린 흥미 있는 사건들을 재연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로 살려내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특징이다.
2001년 11월 11일 첫 방송 이후 ‘타임머신’의 평균 시청률은 20.7%(TNS미디어코리아 집계). 백종문 책임 PD는 “기성세대의 향수와 젊은 층의 호기심을 동시에 자극해 폭넓은 연령층의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국회도서관에서 신문과 잡지를 뒤져 소재를 찾아낸다. 외국에서 발생한 사건의 경우 확인 취재를 위해 현지에도 다녀온다. 오래전 사건일수록 당사자를 찾을 확률이 낮아 확인 작업이 벽에 부딪히기도 한다.
‘타임머신’의 재연 배우들은 대부분 연극배우들이다. 이 프로그램을 거쳐 간 연극배우로는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바보 백광호로 각인된 박노식이 유명하다.
이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출연을 신청한 ‘시청자 배우’도 매회 1∼2명 등장, 그동안 120여명의 시청자 배우가 탄생했다. 시청자 배우로는 첫 방송에 출연한 뒤 ‘타임머신’ 전문 배우가 된 김량경(26)이 간판이다. 개그맨 지망생이었던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아 연예계에 진출했다.
김량경은 “첫 출연에서 머리로 박을 깨다가 피가 나는데도 ‘꼭 다시 써달라’고 했더니 정말 다시 불러줬다”며 “나를 키워준 ‘타임머신’에 대한 의리로 이 프로그램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말했다.
100회 특집의 ‘타임머신 재연 배우상’ 시상식에서는 그동안 출연한 배우들을 대상으로 ‘타임머신’ 대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수상자를 선정한다. 과거 진행자였던 박예진과 패널로 참여했던 설운도 아유미 등이 ‘타임머신’에 얽힌 추억도 들려준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