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증시의 정보기술(IT)주 약세 현상을 놓고 세계경제 회복의 원동력으로 평가받아온 IT산업의 성장성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IT주 위주의 미국 나스닥지수는 2,000선 앞에서 번번이 무릎을 꿇고 있으며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12월 1일 연중최고치를 돌파한 이후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대만 IT주를 대표하는 반도체기업 TSMC의 주가 하락세도 예사롭지 않다. TSMC는 10일 4% 가까이 하락하며 8월 18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최근 아시아에서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한국과 대만 증시는 IT 의존도가 높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외국인들이 투자 지표로 삼는 모건스탠리캐피탈지수(MSCI)의 국가 내 업종별 비중을 보면 한국과 대만은 IT 비중이 각각 41%와 56%로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그룹에 속한다. 외국인투자자는 미국에서 IT주가 약세를 보이면 두 국가의 IT 매수 강도를 먼저 줄이게 되는 것이다. 반면 MSCI에서 IT 비중이 10% 이하에 머물고 있는 홍콩 싱가포르 태국 등은 한국과 대만 같은 증시 침체를 겪지 않고 있다. 증권전문가들은 미국 IT주의 상승세가 지지부진한 것에 대해 IT산업의 실적 전망이 당초 예상보다 밝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미국 IT산업을 중심으로 기업실적 개선→투자 및 고용 증가→경기확장→기업실적 추가 개선의 선순환 구조로 진입하면서 세계 경기회복을 주도해야 하는데 첫 고리에 해당하는 IT산업의 성장성이 크게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미국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조사에 따르면 내년 기업들의 IT 투자는 1.6%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교보증권 이혜린 연구원은 “미국 IT산업의 회복세가 예상대로 소폭에 그치면서 한국 IT산업의 수출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이 올 9월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다”면서 “내년 IT주가의 상승세가 완전히 꺾였다고는 보기 힘들지만 상승 폭이 원래 기대보다 훨씬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반면 삼성증권 손범규 연구원은 “미국 최종 소비자들의 IT 수요는 예상만큼 높지 않지만 기업들의 IT 투자는 통신장비 분야를 중심으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면서 “최근 IT주가 약세는 단기 조정일 뿐 산업 성장성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