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나 남매 연기자들의 경우 한 쪽이 너무 유명하면 다른 쪽은 그늘에 가려버리잖아요. 다행히 저는 그늘이 크지 않아 동생에게 피해를 줄 것 같지 않아요. 그런데 요즘엔 오히려 제가 ‘이완의 누나’로 불릴 것 같아요.” (김태희)
김태희(23) 형수(19·예명 이완) 남매 탤런트가 SBS ‘천국의 계단’(극본 박혜경·연출 이장수·수목 밤 9·50)에 출연하고 있다. 》
이완은 신현준의 10대 시절을 맡아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고, 김태희는 11일 방영분부터 이완의 성인 배역인 신현준의 여동생으로 출연했다. 이완은 드라마 3회 이후 성인 배역으로 넘어가면서 더 이상 출연하지 않지만 중간에 회상장면이 많아 이들 남매가 TV에 동시에 나올 경우도 있다.
3일 첫 방송한 ‘천국의 계단’은 권상우 최지우 신현준 김태희가 관습과 금기를 깨며 벌이는 네 남녀의 사랑 이야기로 20부작. 제작진은 드라마의 초점이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김태희와 이완이 ‘남매’라는 사실을 숨겼다. 김형수도 예명을 효종 때 북벌정책을 이끌었던 이완 장군의 이름에서 따왔다.
이 드라마로 데뷔한 이완은 국민대 체육학과에 재학 중으로 200여명의 탤런트 지망생 가운데 뽑혔다. 그는 3회밖에 출연하지 않았지만 인터넷에 300여개의 팬 카페가 생기고, 회원 수가 6만명이 넘을 만큼 인기가 높다.
극중 이완이 교실 창밖에서 다리에 깁스를 한 채 “한정서, 너 나 좋아 싫어”라고 쓴 커다란 종이를 들고 서 있는 장면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야, 너 나 좋아 싫어”는 요즘 10대 사이에 이미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신현준은 이완에 대해 “연기를 너무 잘 해 TV를 보고 몇 번이나 울었다”는 글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
서울대 출신 탤런트 김태희는 요즘 SBS 시트콤 ‘흥부네 박 터졌네’와 ‘천국의 계단’에서 ‘천사와 악녀’란 상반된 배역을 선보이고 있다. ‘천국의 계단’에서 그가 맡은 유리 역은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한편 사랑하는 이 앞에서는 애교덩어리로 돌변하는 이중적 인물.
“악역을 한다니까 주위에서 말렸어요. 그런데 이장수 감독과 최지우 신현준 권상우 등 톱스타들과 함께 주연으로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김태희)
이들 남매는 집이나 촬영장에서 서로의 연기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연기 초보인 동생이 음울하고 반항아적인 캐릭터를 전율할 만큼 잘 표현하는 것에 대해 김태희는 충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평소 동생이 저보다 감성이 훨씬 풍부하다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차이가 클지는 몰랐어요. 연기 시작 전에는 제가 대사하는 법을 가르쳐주곤 했는데, 요즘엔 오히려 제가 의기소침해져요.” (김태희)
“누나의 우는 연기는 으뜸이죠. 이번에 폐쇄적 성격의 역할을 맡았지만 원래 내 성격은 활발한 편이에요. 설경구 선배처럼 다양한 캐릭터의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