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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통령 ‘오른팔’까지 이래서야

입력 | 2003-12-11 18:29:00


이광재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이 썬앤문그룹으로부터 1억여원을 받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될 것이라고 한다. 이씨는 “1억원을 받아 민주당에 건네줬는데 당이 영수증 처리를 제대로 안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 당 재정책임자였던 이상수 의원은 그런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진실은 곧 가려지겠지만 이씨가 돈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은 크다. 노무현 대통령의 ‘오른팔’로 개혁의 선봉장을 자임했던 이씨마저 사법처리된다면 이 정권의 도덕성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작 국민을 분노케 하는 것은 이씨의 태도다. 야당 의원들이 의혹을 제기할 때마다 이씨는 이를 부인하면서 “비겁하게 면책특권 뒤에서 총질하지 말고 자신 있으면 국회 밖으로 나와 공개하라”고 했다. 신당의 사퇴 요구가 거셌던 10월에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부족하지만 애국심이 있다는 것, 열심히 한다는 것, 겸손히 살고 있다는 것만 알아 달라”며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이씨는 이제 국민 앞에서 다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이씨는 노 대통령이 ‘정치적 동업자’로 인정한 386 핵심 실세다. 이씨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였는지는 문희상 대통령비서실장이 2급 비서관에 나이 38세인 그가 사퇴했을 때 “가슴이 미어진다”고 한 데서도 나타난다. 역대 어느 비서실장이 특정 비서관의 사퇴에 이런 식의 언급을 했는지 기억에 없다.

노 대통령과 주변 386 측근들은 이씨 사건을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노 대통령은 ‘코드 맞추기’보다는 경륜과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중용하라는 충고에 더 이상 귀를 막아서는 안 된다. 여당이라는 열린우리당에서조차 측근 정리와 인적 쇄신 요구가 거세지 않은가.

386 측근 중에 아직도 개혁과 반(反)개혁이라는 도식적 이분법으로 세상을 보려는 사람이 있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그것이 대통령도 돕고 정권에 참여하지 않은 다수 386들도 욕되게 하지 않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