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된 '알리바이 사진'(제일 앞줄 왼쪽에서 네번째가 박지원씨)
현대비자금 15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의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11일 박 전 장관의 알리바이 논란이 재연돼 재판부의 판단이 주목된다.
박 전 장관의 변호인측은 변론요지서를 통해 “증인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금품수수 시점은 2000년 4월 14일로 추정되는데 당일 박 전 장관은 이해랑연극상 시상식에 참석해 오후 10시까지 수상작인 ‘세 자매’ 연극을 관람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장관이 연극인들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은 10일 공개됐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돈을 받은 날짜를 4월 14일로 특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공소사실에서 돈 전달 시점을 ‘2000년 4월 중순 어느 날 오후 9시반경’이라고 밝혔다.
변호인측은 △현대측 증인 1명의 “4·13 총선 이후 돈을 전달한 것 같다”는 재판 증언 △박 전 장관에게 돈을 직접 건넸다고 주장한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의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이 해외출장에서 4월 16일 돌아와 다음날 이 사실을 정 회장에게 보고했다”는 진술 등을 근거로 4월 14일을 돈을 전달한 날짜로 추정했다.
돈은 총선 이후인 ‘4월 14∼16일’ 전달됐으며 15일은 토요일, 16일은 일요일이기 때문에 이 전 회장의 “정상근무한 날 돈을 건넸다”는 증언에 따르면 돈을 전달한 날짜는 4월 14일이라는 게 변호인측의 주장이다.
대검 중수부는 11일 문화부 문화예술과장 A씨를 긴급히 소환, 조사해 박 전 장관은 당일 오후 6시 시상식에만 참석했으며 연극상 주최사가 수상작을 마지막으로 공연한 4월 30일 기념촬영을 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 전 장관의 일정이 담긴 문화부 내부 자료에도 4월 30일 연극을 관람한 것으로 돼있다”면서 “이런 내용을 정리해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담당재판부인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김상균·金庠均 부장판사)는 “금품이 오간 시점 등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간의 다툼이 있으나 양측 주장을 면밀히 검토해 최종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 전 장관과 사진을 같이 찍은 연극인 중 일부는 시상식이 있던 날 공연이 끝난 뒤 사진을 찍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고공판은 12일 오후 2시.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