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昌 “알아야 털어놓지”…“수사표적은 내가 아니라 한나라당”

입력 | 2003-12-11 18:51:00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명륜동 본가를 방문하기 위해 종로구 옥인동 자택을 나오고 있다. -김미옥기자


“낡은 정치와 결별하고 새로운 정치를 하고 싶었는데….”

서울 종로구 옥인동 자택에서 두문불출하며 입을 다물었던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가 처음으로 안타까운 심경을 털어놓았다.

이 전 총재의 비서실장을 지낸 권철현(權哲賢) 의원은 10일 옥인동 자택을 찾아 이 전 총재와 깊은 대화를 나눈 뒤 그 전말을 11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전했다.

이 전 총재는 대선자금 수사에 대한 입장 표명과 관련해 “적절한 시기에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맡겨 달라”고 말했다.

그는 “고백성사하고 검찰로 걸어 나가란 얘기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대선자금을 정확하게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기자회견 후 또다시(추가 대선자금 수수 사실이) 불거지면 거짓말한 것밖에 더 되겠느냐”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전 총재는 “지난번 기자회견에서 ‘법적 책임을 지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지금도 그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며 “(검찰이 소환하면) 아는 대로 다 말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는 정계를 은퇴하고 끝났는데…. (검찰 수사는) 이회창이 타깃이 아니다. 한나라당을 무력화시켜 내년 총선에서 기를 못 펴게 하려는 것 아니냐”며 “표적은 한나라당이다”고 강조했다. 또 “내가 나서서 다 끝난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전 총재는 검찰수사가 형평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여야가 모두 진실게임을 할 때다”며 “야당은 야당대로, 노무현(盧武鉉) 정권은 그 나름대로 진실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의 단합도 요구했다. 그는 “안풍은 1800억원 정도였는데 당시에도 한나라당이 고백성사하고 당사와 연수원을 팔아야 한다는 말이 많았다”며 “그때가 더 어려웠는데 당이 단합해 극복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 그는 “한나라당이 뭉쳐야 하는데 단합이 잘 안 되는 것 같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대선자금과 연루된 최돈웅(崔燉雄), 김영일(金榮馹) 의원에 대한 안타까운 심경도 토로했다. 이 전 총재는 “최, 김 의원이 하고 싶어 했겠느냐.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들도 똑같이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덕한 나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났는데 그 사람들만 죄인으로 만드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와 부인 한인옥(韓仁玉) 여사는 최근 건강이 나빠져 이날 함께 서울 강남 모처의 한의원에 들러 진료를 받고 돌아왔다. 당초 이 전 총재는 취재기자들에게 서울 종로구 명륜동 본가를 방문한다며 외출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