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서영수기자
한나라당은 개헌을 통해 현행 대통령제 권력구조의 개편을 추진할 방침이다.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11일 당무에 복귀하기 전 본보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2007년 대통령선거는 지금과 같은 선거 방식으로는 안 된다”며 “분권형 대통령제 등과 같은 방식으로 바뀌어야 하며 선거도 이에 따라 치러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다수당을 책임지고 있는 최 대표가 개헌 본격 추진 의사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권력구조 개편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이 더 가열될 전망이다.
최 대표는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개헌을 내년 총선 전에 추진할지, 아니면 한나라당의 총선 공약으로 개헌을 내걸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지난달 서청원(徐淸源) 강재섭(姜在涉) 김덕룡(金德龍) 의원 등을 만난 자리에서 “개헌 문제와 관련해 내년 2월쯤 논의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선자금 비리 재발 방지를 개헌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는 “대통령의 권한이 워낙 막강하다 보니 대선에서 이를 차지하려고 필사적으로 싸우면서 엄청난 돈이 들어가게 된다”며 “이 같은 폐단을 없애려면 대통령의 권한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나라를 통째로 차지하려는 싸움’, ‘상대방의 영혼까지 빼앗아가는 선거’라는 등의 표현까지 써가며 현행 대선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중진 의원 30여명은 8일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이달 말부터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당내에서는 중진들의 이런 움직임이 최 대표와의 교감 속에 구체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 대표는 10일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중진 의원들이 추진하겠다는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같은 다이내믹한 변화도 받아들일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11일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도 “우리가 지난 대선자금 비리에 대해 떳떳하게 책임지고 밝히는 자세로 나간다면 국민은 일정 자금이 불가피하게 동원됐다는 점을 이해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 대표가 개헌 추진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은 앞으로 이 문제를 주요 정국돌파 카드의 하나로 삼겠다는 의지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