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네바다주에 추진 중인 핵폐기물 저장소 건설이 주정부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해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환경분쟁 대상이 된 핵폐기물 저장소는 라스베이거스 북서쪽 150km에 있는 유카산에 건설 중이다. 사업비 580억달러(약 69조원)의 대형 프로젝트.
20년 동안 방사성 폐기물 7만7000t을 저장하게 될 이 저장소 건설을 저지하기 위해 네바다주와 라스베이거스시는 9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상대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에너지부 장관과 핵통제위원회, 환경보호청 등.
라스베이거스시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실어 나르는 차량 운전사와 열차 기관사에게 6개월 징역과 벌금 1000달러를 부과할 수 있는 법까지 제정했다. 네바다주는 저장소 시설 가동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연방정부는 소송에 지면 핵발전소, 핵잠수함, 연구용 원자로 등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을 31개 주에 있는 77개 임시 저장소에 분산 보관해야 할 판이다.
네바다주는 인구 200만명으로 50개 주 가운데 35위이며 하원의원은 단 2명뿐인 정치적 약체.
이 때문에 주민이 전혀 원치 않는 부담을 49개주가 한 패거리가 되어 작은 주에 떠넘긴 것은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라크전 파병 군인을 네바다주에서만 차출하는 발상이나 마찬가지라는 말까지 하고 있다.
케니 귄 주지사는 지난해 핵폐기물 정책법에 따라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연방 의회와 대통령은 건설 계획을 승인했다.
오스카 굿맨 라스베이거스 시장은 “저장소가 완성되면 20년 동안 매일 수천대의 차량과 열차 편으로 핵폐기물이 도시를 통과하게 된다”면서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유령의 마을이 될 것”이라고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네바다주는 유카산의 화산암이 지질학적으로 핵폐기물 저장소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에너지부는 유카산이 앞으로 1만년 동안 안전하다고 맞서고 있다.
2000년 대선 당시 과학적으로 확실하지 않으면 저장소를 승인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던 부시 대통령은 현재 네바다주 지지율이 26%에 그치는 등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