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군납 비리 수사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
경찰은 천용택(千容宅·66·전 국방장관) 열린우리당 의원의 비리 혐의를 포착한데 이어 혐의가 드러난 군납업자들의 계좌추적을 통해 또 다른 정치인과 군 관계자들에게 돈이 흘러들었는지를 수사할 계획이다.
따라서 이 사건은 김영삼(金泳三), 김대중(金大中) 정부시절 추진된 군납 사업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수수사과 관계자는 "이 수사가 어디로 갈지는 누구도 모른다"고 말했다.
▽천 의원 소환불응= 경찰은 군납업자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소환한 천 의원이 출두시한인 12일 오후 2시까지 나타나지 않았다고 이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다음주중 천 의원을 2차 소환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천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장이던 2000년 6월 군납업체 H사 대표 정모씨(49·구속)로부터 3000만원 이상을 받은 혐의다.
정씨는 경찰에서 "국방위원장에게 인사를 해두면 도움이 될 것 같아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천 의원이 받은 돈은 정황이나 성격상 후원금은 아니며 개인의 국회의원 후원한도액을 넘는다"며 "수사기밀상 정확한 액수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천 의원 보좌관은 "천 의원은 오늘 오후 전남 지역구에서 비행기 편으로 상경할 계획"이라며 "내용을 파악해 다음주 중 경찰 출두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이날 국방품질관리소 이모 전 소장(57·예비역 소장·구속)에게 거액을 준 혐의로 아파치 헬기 중개업체 A사 대표 이모씨(63)와 방위산업체 Y사 대표 김모씨(63)에 대해 각각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1999년 1월부터 2000년 4월까지 3차례에 걸쳐 당시 국방부 획득개발관이던 이 전 소장에게 공격용 헬기구매 사업과 관련해 국방부 구매 일정 등 정보를 제공해 달라며 1000만원 상당의 스포츠클럽 회원권 등 모두 1700여만원의 금품을 준 혐의다.
김씨 역시 통신부품 납품에 편의를 봐달라며 2002년 6월부터 올 8월까지 8차례에 걸쳐 모두 3400만원을 이 전 소장에게 준 혐의다.
▽군납 비리 실체 나오나= 수사가 진척되면서 다양한 단서가 확보되고 있다. 따라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자금흐름을 추적하다보면 군납업자와 군 관계자, 정치인이 얽힌 군납관련 '삼각 뇌물비리'가 드러날 가능성이 커졌다.
경찰은 이 모 전 소장의 차명계좌와 H, A, Y사 대표 등 혐의가 드러난 군납업자 3명의 계좌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이 전 소장의 차명계좌에서 2,3개 군납업체로부터 나온 돈을 추가로 발견하고 다음주 중 이들 업체를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 조사할 방침이다.
또 이 차명계좌에서 현역 군 장성을 포함해 군 관계자 2,3명의 돈이 발견됐다. '군 인사비리'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
경찰 관계자는 "이들 군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추후 명단을 작성해 국방부에 통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 군납업자 3명의 차명 및 실명계좌 10여개를 대상으로 최근 3~4년 동안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3주 안에 정씨에 대한 계좌추적 결과가 나오고 나머지 두 명의 계좌도 곧 추적할 것"이라며 "이들이 다른 군 관계자 또는 정치인들에게 돈을 줬는지를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