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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북스]'브랜드 아이덴티티'…코카콜라社는 브랜드를 판다

입력 | 2003-12-12 17:14:00


◇브랜드 아이덴티티/손일권 지음 /532쪽 1만8000원 경영정신

“코카콜라사(社)는 뭘 파는 회사일까요?”

대학 경영학과에서 가르치는 ‘마케팅 원론’이란 과목의 강의에서 교수는 가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일부 학생들은 황당하면서도 “콜라요, 콜라…”라고 용감하게 대답한다. 이런 뻔한 답을 기대하고 물었겠는가? 교수는 빙그레 웃으며 “브랜드(brand)를 팔지요. 코카콜라란 음료가 아닌 브랜드를…”. 알 듯 말 듯한 설명이다. 도대체 브랜드가 뭐기에.

궁금한 분은 이 책을 읽으면 된다. 500쪽이 넘는 이 두툼한 신간은 브랜드에 관한 온갖 것들을 담고 있다. 먼저 브랜드에 대한 다양한 정의(定意)가 나오는데 ‘다른 제품과 구별하도록 하는 이름이나 상표’로 요약할 수 있겠다.

많은 소비자들이 코카콜라와 거의 비슷한 맛을 내는 값싼 음료가 있다 하더라도 굳이 코카콜라를 찾는 것은 그 상품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게 브랜드 효과다.

명품 브랜드를 보자. 값이 엄청나게 비싼데도 손님들은 지갑을 연다. 프랑스의 에르메스 스카프는 1장에 238유로(약 31만원)나 하는데도 지금까지 1500만장이나 팔렸다고 한다.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엔 전 세계에서 20초에 1장 꼴로 팔린다는 것.

이 책은 ‘100년을 넘어서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란 부제(副題)를 달고 있다. 기업 가치를 높이려면 소비자들의 머리 속에 브랜드를 잘 정착시켜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주먹구구 대신에 치밀한 전략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품질이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기업은 번성할까. 과거에 여러 사람들은 그렇게 믿었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기업 흥망사를 통해 알 수 있다. 품질이 좋아도 남이 알아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백지 위에 볼펜으로 선을 하나 그어도 피카소가 했다면 값이 나간다. ‘피카소’란 브랜드 가치 덕분이다.

품질 향상에는 신경 쓰지 않고 브랜드 알리기에만 급급하면 성공할까. 아니다. 브랜드는 기업에 대한 신뢰이자 정서적 유대감이므로 이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성실성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이 책은 이론서 성격이 강하지만 브랜드 전략에 성공한 기업들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해 놓아 실용서로서의 씀씀이도 괜찮다. 광고, 소비자 프로모션, 사회공헌 활동 등 다양한 실행 기법이 제시돼 있다.

요즘 경영이 어렵게 느껴지는 경영자는 경기 탓, 정부 탓만 하지 말고 이 책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자기 회사에 적용할 아이디어가 적어도 서너 가지는 떠오르리라.

브랜드스톡(www.brandstock.co.kr)에서 브랜드 강좌를 맡고 있는 저자는 브랜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이 분야 컨설팅 업무를 다년간 맡으면서 내공을 쌓아왔다.

브랜드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기 위해 퀴즈를 내본다.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얼마로 평가될까?’ 정답은 18조원.

고승철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che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