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을 소재로 한 ‘동물학’에 실린 작품. 콜걸이 애완견에게 자신의 복장과 똑같은 옷을 입혀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사진제공 동문선
◇세르 작품집/클로드 세르 글 그림/80쪽 1만4000∼1만6000원 동문선
‘프랑스인이라면 그의 그림 하나만 보여줘도 그가 누구인지 금방 알아차린다. 19세기 사람들이 도미에(당시 귀족과 부르주아를 신랄하게 풍자한 시사만화가)를 읽었던 것처럼 20세기 사람들은 그의 만화를 봤다.’
여기서 ‘그’는 클로드 세르(1938∼1998). 1972년 유머 카툰집 ‘블랙 유머와 흰 가운의 의료인들’을 펴내 100만권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로 올라섰다.
이후에도 그의 작품집은 ‘스포츠’ 320만부를 비롯해 100만부 이상씩 팔려 지금까지 약 1700만부 정도가 팔렸다.
세르의 카툰집 중 ‘평전’ ‘블랙 유머…’ ‘동물학’ ‘자가 수리공’ ‘비스 콩프리’ 등 5권이 국내에서 처음 출간됐다. 내년 상반기 안에 나머지 10권도 발간할 예정.
그는 프랑스에서 만화를 예술로 승화시킨 작가 중의 하나로 꼽힌다.
천재적인 유머 감각과 기발한 상상력 덕에 그의 만화에는 별다른 설명이 따라붙지 않아도 보는 사람이 무슨 뜻인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그의 유머는 직설적이고 단순하며 이해하기 쉽다.
그 스스로도 “책을 많이 읽은 것처럼 먹물 냄새를 풍기는 작품은 정말 질색”이라며 “내 작품을 ‘우민 선동적’이라고 해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일상 속에서 소재를 구했으며 특별한 교훈을 주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172cm에 58kg의 병약한 세르는 병원을 자주 드나들었다. 그런 경험 덕분에 ‘블랙 유머…’에서 의사와 환자의 솔직한 모습을 공격적으로 풍자할 수 있었다. 애완동물을 주로 다룬 ‘동물학’이나 집수리를 하면서 골병이 드는 남자들의 애환을 그린 ‘자가 수리공’에서는 독자들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감정을 가감 없이 뽑아 만화로 그렸다.
‘용인된 성도착’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 성(性)만화 ‘비스 콩프리’는 인간의 성적 욕구를 솔직하게 담아내면서도 천박한 포르노가 되지 않도록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솔직한 매력이 기존 만화 소비층을 뛰어넘어 의사 변호사 교수 등 지식인층까지 끌어들였다.
세르는 만화뿐만 아니라 판화 일러스트레이션 포스터 삽화 스테인드글라스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작품을 쏟아냈다. 그의 만화 자체가 매우 세밀하게 그려져 하나의 미술 작품이라고 해도 손색없다. 독학으로 그림을 배웠다는 콤플렉스를 떨치기 위해 최종본을 완성하기 전 100여점 이상의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 다반사였다고 한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