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풀 몬티’는 기발한 설정과 흥겨운 음악이 어우러진 경쾌한 뮤지컬이다. -사진제공 POA
남자들이 옷을 벗고 쇼를 한다고? 그것도 근육질 몸매가 아닌 옆집 아저씨 같은 보통남자들이?
뮤지컬 ‘풀 몬티(Full Monty)’는 1997년 나온 같은 이름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 ‘풀 몬티’란 ‘홀딱 벗는다’는 뜻. 브로드웨이에서 히트한 뮤지컬을 한국에 들여와 공연 중이다.
이 뮤지컬은 ‘아마추어 남성 스트립쇼’라는 자극적 소재를 다뤘지만 출연하는 해직노동자들의 사연은 한결같이 절절하다. 양육비가 없어 전 부인에게 아들 양육권을 뺏길 위기에 처한 남자, 직장과 함께 ‘자신감’마저 잃어버려 밤마다 아내 보기가 부끄러운 남자, 해고당한 상실감에 짓눌려 자살을 기도했으나 실패한 남자…. 이들은 의기투합해 마을 여자들을 대상으로 하룻밤 쇼를 벌여 ‘대박’을 터뜨리기로 한다.
뮤지컬은 갈등과 좌절을 딛고 이들이 쇼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예측 가능한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는 점에서 자칫 지루할 수도 있지만 빠른 템포의 전개로 ‘태생적 약점’을 극복했다.
음악은 때로 잔잔하게, 때로는 경쾌하게 강약을 조절하며 관객을 끌어당긴다.
도나 서머의 히트곡 ‘핫스터프(Hot Stuff)’가 나오면 관객들은 누구라도 어깨를 들썩이게 된다. 강렬한 조명을 등에 업고 옷을 벗어던지는 마지막 장면이 하이라이트.
하지만 극에 몰입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는 점은 아쉽다. 무대의 장면 전환이 민첩하게 이뤄지지 못한 점도 눈에 걸린다. 암전(暗轉)이 길어지면 관객은 긴장감을 잃는다. 2004년 1월 18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전 아츠풀센터. 화∼금 오후 7시반, 토 오후 4시 7시반, 일 오후 3시 6시반. 3만∼7만원. 02-2272-3001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