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군에서 ‘가금(家禽)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닭이 발견됐다. 이 인플루엔자는 인체에 치명적인 ‘홍콩 조류(鳥類)독감’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최종판정 결과가 주목된다.
농림부 산하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음성군 삼성면에 있는 닭 사육농장에서 이달 5일부터 11일까지 집단 폐사(廢死)한 1만9000마리 중 일부를 대상으로 1차 검사를 실시한 결과 급성 바이러스인 가금 인플루엔자에 걸린 것으로 추정됐다고 12일 밝혔다.
검역원은 이 바이러스가 사람이나 다른 가축에 옮겨갈 가능성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인플루엔자 유형을 분석하는 정밀조사에 들어갔다. 결과는 15, 16일경 나올 예정이다.
농림부와 충북도는 이 농장의 닭과 달걀을 다른 곳으로 옮기지 못하도록 하는 한편 농장을 중심으로 반경 10km 이내에서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김창섭(金昌燮) 농림부 가축방역과장은 “이번에 발생한 가금 인플루엔자는 폐사한 닭의 규모(1만9000마리)로 볼 때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생하지 않았던 ‘고(高)병원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다만 고병원성도 혈청 타입에 따라 140개로 나눠지는 만큼 고병원성이라도 홍콩 조류독감이 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그렇게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닭이나 오리 등 조류에서 발생하는 가금 인플루엔자는 바이러스 유형에 따라 고병원성, 약병원성, 비(非)병원성 등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법정가축전염병인 고병원성에는 1997년 홍콩에서 발생해 6명을 숨지게 한 급성 독감 바이러스 전염병인 ‘홍콩 조류독감’이 포함돼 있다.
당시 홍콩 당국은 조류독감 확산을 막기 위해 140만 마리에 이르는 닭을 도살한 바 있다.
연세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이원영(李元嶺) 교수는 “조류독감이 사람에게 위험한 것은 인체가 해당 바이러스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해 면역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모든 조류독감이 홍콩 조류독감처럼 인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