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프랑스 대통령(77·사진)이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좁은 문’을 통과했다.
프랑스 최고 권위의 한림원 아카데미 프랑세즈는 11일 회원 투표를 거쳐 데스탱 전 대통령을 ‘불멸인(不滅人·Les immortels)’으로 받아들였다. ‘불멸인’은 아카데미 회원에 대한 칭호.
데스탱 전 대통령의 아카데미 가입 여부는 아카데미 내부와 프랑스 문화계에 논란을 일으켰었다.
▶본보 11월 17일자 A22면 참조
1635년 창설된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회원은 당대 최고의 지성으로 인정받는다. 문인 학자 등으로 구성된 종신회원 40명 가운데 결원이 생길 때만 신입 회원을 받아들인다. 이날 투표에 참석한 회원 34명 중 19명이 그의 가입에 찬성했으며 15명은 반대 또는 기권했다.
데스탱 전 대통령은 가입이 확정되자 “내 나이쯤 되면 ‘불멸’이라는 말에 위안을 받는다”며 웃었다.
그러나 가입에 반대했던 모리스 드뤼옹 회원(85)은 “아카데미 역사상 18세기 이후 최악의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지난달 초 데스탱 전 대통령이 아카데미 회원에 입후보하자 문필 경력이 보잘 것 없으며 대통령 시절 영어로 기자회견을 한 데 대해 ‘프랑스어 보호’를 최우선 목표로 삼는 아카데미 회원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데스탱 전 대통령은 1994년 소설 한 편을 출간했다가 일간지 르몽드로부터 “독창성이 전무한 작품”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