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이 있으니 연이다
묶여 있으므로 훨훨 날 수 있으며
줄도 손길도 없으면
한낱 종잇장에 불과하리
눈물이 있으니 사랑이다
사랑하니까 아픈 것이며
내가 있으니 네가 있는 것이다
날아라 훨훨
외로운 들길, 너는 이 길로 나는 저 길로
멀리 날아 그리움에 지쳐
다시 한 번
쓰러질 때까지
―시집 ‘영진설비 돈 갖다주기’(문학동네) 중에서
‘묶여 있으므로 훨훨 날 수 있다’니 얼마나 용기를 샘솟게 하는 말인가. 나를 옭아매고 있던 끈들이 나를 날아오르게 해 줄 수 있다니. 정상 모리배의 발림 말 같기도 하고 사이비 교주의 구원 약속 같기도 하지만, 은유가 아니라 실제 연(鳶)의 모습이 저러하다.
연과 얼레가 일년 내내 벽장에 갇혀 있다가 겨울 한 철 날아오르는 것처럼, 우리들 일상은 얼마나 오랫동안 숨죽여왔는가. 한데 나를 칭칭 동여맨 것들, 나를 결박한 세상이 나를 날아오르게 한단다. 바람 거셀수록 더 높이 날아오르는 연을 보라. 둥글게 제 가슴 오려내어야 날 수 있는 방패연을 보라. 세상 모든 아픔을 연료로 불타는 사랑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꼬리를 펄럭이며 훨훨.
반칠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