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하순 정부과천청사에 새로운 취재시스템이 도입될 예정입니다. ‘경제부처’와 ‘사회부처’로 나눠 두 개의 통합기자실이 생깁니다. 다만 건설교통부는 별도의 기자실을 운영, 전체적으로는 기자실이 세 개로 줄어드는 셈입니다.
정부는 과천청사 기자실 개편에 맞춰 기자들의 사무실 직접취재를 원천적으로 막을 계획입니다. 꼭 공무원을 만날 일이 있으면 각 청사건물의 1층에 만들어지는 접견실에서 ‘면담신청’을 한 뒤 만나도록 할 예정입니다.
기자실 개편은 취재 시스템과 맞물려 정부와 언론사간의 관계를 넘어 국민들에게 어떤 수준의 정보가 전달될 수 있느냐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정부가 제공하는 관급(官給)기사만 단순 보도하느냐, 아니면 정책의 결정과정과 이면(裏面)을 함께 고려한 깊이 있는 기사를 제공하느냐의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소속 언론사에 관계없이 직접취재 불허(不許)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기자들이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습니다. ‘접견실’ 이용은 언뜻 보면 그럴 듯하지만 취재현실을 제대로 알면 사실상 취재봉쇄 성격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경제정책은 워낙 세밀하고 미묘하기 때문에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취재를 해야 합니다. 기자가 정책수립의 배경을 알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독자나 시청자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겠습니까.
기자의 취재는 개인의 호기심을 만족시키는 작업이 아닙니다. 정부 정보에 직접 접근할 수 없는 수십만 또는 수백만명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더 정확히, 더 많이 알리려는 행위입니다.
무엇보다 행정부는 정보 수용자인 국민들에게 정책을 제대로 설명할 의무가 있습니다. 가뜩이나 행정정보공개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정부가 언론의 취재활동마저 막고 나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답답합니다. 이른바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은 ‘참여’라는 말이 공허하게 느껴집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국방부 기자들 사이에는 ‘3실(室) 기자’라는 자조적인 말이 나돌았습니다. 국방부 출입기자가 갈 수 있는 곳은 기자실 공보관실 화장실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정부의 ‘취재봉쇄’를 보면서 옛날 국방부 출입기자들의 ‘답답함’이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