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에는 에이즈 퇴치 노력의 성과와 남은 과제를 재조명하는 작업이 벌어진다. 올해 국제사회는 효과적인 에이즈 예방 전략의 수립, 편견과 차별에 대한 대처, 정부와 시민사회간의 파트너십 구축 등의 면에서 많은 성과를 이뤘다.
또 효과적인 조치를 조기에 취함으로써 유행병을 관리하고 퇴치할 수 있으며, 이런 질병이 한 가족과 지역사회, 국가에 주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한국처럼 아직 에이즈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은 나라의 국민과 지도자들도 이 질병으로 인한 위험을 인식하고 확산을 막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는 ‘공공 캠페인을 통해 문제를 직시하겠다는 결의’와 ‘에이즈 환자를 따뜻하게 대하겠다는 애정’을 포함한다. 사람들은 공포 편견 차별로 인해 에이즈 검사를 받아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고 감염 사실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를 두려워하고 있다. 에이즈 환자들은 무자비함과 차별이 아닌 존엄과 애정으로 대해 줘야 하는 사람들이다.
국제사회는 에이즈 말라리아 결핵 퇴치를 위한 국제기금 등 여러 다국적 기관의 도움을 받아 에이즈 위기에 대처하고 있다. 미국은 ‘에이즈 구제를 위한 긴급계획’을 세워 세계적인 차원에서 에이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말했듯이 우리는 막을 수 있는 죽음과 고통 앞에서 행동을 취할 도덕적인 의무가 있는 것이다. ‘에이즈 구제를 위한 긴급계획’은 5년에 걸쳐 150억달러를 투입해 700만건의 에이즈 감염 예방, 200만명의 에이즈 감염자에 대한 의약품 제공, 1000만명의 에이즈 환자 및 고아의 간호라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러나 거대한 도전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해 12월 이후 1년간 500만명이 새로 에이즈에 감염됐다. 300만명이 이 질병으로 사망해 지역사회가 황폐해졌다. 여성 에이즈 감염자도 늘고 있다. 전 세계 감염자 중 여성이 절반 이상이며, 이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에이즈는 각 사회의 가장 생산적인 연령층(15∼45세)의 목숨을 앗아감으로써 한 세대는 그 이전 세대보다 더 나은 삶을 구가한다는 개발의 기본원칙을 위협하고 있다.
에이즈가 우리 시대의 최대 도전 중 하나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 질병을 퇴치하려면 우리 모두의 지속적이고도 일치된 결의가 필요하다. 에이즈를 퇴치해야 한다는 우리의 의지는 확고하나 혼자서는 이를 달성할 수 없다. 각국 정부와 다자간 기관들, 그리고 지역사회 종교 민간 등 모든 부문의 지도자들이 협력해야 한다. 특히 국제사회로부터 후원받고 있는 에이즈 피해국들이 솔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다행히 한국은 세계적인 에이즈 확산에도 불구하고 아직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 국민과 지도자들도 에이즈의 위협을 경시해서는 안 된다. 에이즈는 국경 인종 성별 나이와 종교를 초월한다.
전문가들은 에이즈 퇴치를 위해 행동을 취하지 않을 경우 201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감염자가 7500만명을 넘고 2020년에는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가 1억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것이 현실화되지 못하도록 하자.
랜달 토비아스 미국 정부 에이즈 정책조정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