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인 하자작업장학교의 첫 졸업생인 문지원 김남이 박재식씨(왼쪽부터). 이들은 18일 졸업식을 예술제로 꾸민다. -원대연기자
“남들이 다 가는 길을 벗어나는 것이 두려웠지만 나에게 맞는 새 길을 찾아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었죠.”
18일 대안학교인 하자작업장학교의 첫 졸업생이 될 문지원(21·여), 김남이(20·여), 박재식씨(20)는 고교를 자퇴한 뒤 자신의 삶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하자작업장학교는 연세대가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청소년센터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하자센터(센터장 연세대 사회학과 조한혜정 교수)’가 2001년에 만든 대안학교. 학생들은 영상 디자인 음악 공연 웹 가운데 하나 이상을 전공으로 삼아 배운다.
고교 2학년 때 학교를 그만둔 문씨는 “엎드려 잠자는 학생, 혼자 수업하는 교사 등 무력감에 빠진 교실에서 지내다간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고 말했다. 학교를 그만두는 것은 쉽지 않았다. 부모의 반대,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막막함과 두려움을 이겨내야 했다. 문씨는 첫 작품으로 자퇴한 여고생 이야기를 담은 ‘바다를 간직하며’를 제작해 여성영화제 전주영화제 등에서 상영했다. 또 페미니즘 공연 등을 기획하고 올 4월부터는 한 스포츠지에 ‘원의 드라마 읽기’를 연재하고 있다.
미대 지망생 김씨는 명함 디자인을 비롯해 국제 디자인 프로젝트 등에 참여했다. 박씨는 자신의 삶을 담은 개인잡지를 발간하는 한편 반전콘서트 등 각종 문화기획을 해 왔다.
이들은 대안학교에 다니면서 무엇이든 스스로 하는 과정을 통해 책임감과 독립심을 기를 수 있었다. 무력감에 빠지면 자신을 되돌아보거나 좀 더 재미있는 일을 찾아 이를 극복했다.
박씨는 “몸에 밴 수동성을 털어내는 일은 누구나 한 번은 겪어야 한다”면서 “단지 그 시기와 무게감이 조금 더 빨리, 더 크게 찾아온 것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졸업 이후 문씨는 계속 영화를 만들 계획이다. 김씨는 삼성그룹이 만든 디자인학교 ‘사디(SADI)’에 지난해 입학해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전공하고 박씨는 문화기획자로 활동할 예정이다.
김씨는 “다양한 작업을 통해 사회를 접해 왔기 때문에 사회생활이 그리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돈을 많이 벌거나 크게 성공할 자신은 없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썩 괜찮은’ 문화 작업을 해 나갈 자신은 있다”는 이들은 18일 오후 2시 하자센터에서 열리는 졸업식을 직접 만든 영화와 영상물을 보여주는 문화제 형식으로 꾸민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