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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서산 간척농지 분양권 말썽

입력 | 2003-12-14 21:42:00


충남 서산 간척농지(서산 AB지구) 피해 어민들에 대한 현대건설의 농지 분양권(매수신청서·일명 딱지) 상당수가 공수표로 전락해 파문이 일고 있다.

서울 부동산 컨설팅사인 A사의 부탁으로 지역별 피해 어민 대표가 간척농지를 매입할 여력이 없는 피해 어민들에게 한장당 150만원을 주기로 하고 딱지 수백장을 모아 마감일인 지난 12일 현대건설에 접수하려 했으나 A사가 딱지 값과 접수 계약금(장당 300만원)을 주지 않아 접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4일 서산시 고북면 피해 어민들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3일간 지역 책임자인 오모씨(65)가 피해 어민들에게 돈을 주기로 하고 딱지 630여장을 걷어갔으나 A사가 돈을 입금하지 않아 접수하지 못했다.

이처럼 서산 태안 홍성 등 서산 간척지 인근 지역에서 지역별 피해 어민 대표가 걷어간 뒤 공수표가 된 딱지는 2300여장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씨는 “A사가 ‘자금난’을 이유로 약속을 지키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면서 “A사가 오는 19일까지 돈을 보내주기로 한 만큼 일단 기다려 보고 그래도 입금하지 않으면 A사 대표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피해 어민들에게 배당된 간척 농지의 24%인 1138만m²(345만평)가 투기꾼들이 농간을 부리는 과정에서 다시 현대건설로 넘어가게 됐다”면서 “공수표가 된 딱지를 다시 접수할 수 있도록 현대건설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체들은 딱지를 접수하고 간척 농지를 매입한 뒤 소유권을 이전하면 이 농지를 도시민들에게 2배 가량 비싼 값에 되팔 수 있기 때문에 피해 어민들로부터 딱지를 사들이고 있다.

실제 2001년 현대건설로부터 서산간척지를 사들인 농민(지주)들이 올해 초 개정된 농지법에 ‘도시민도 300평 미만의 농지를 취득할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영농조합을 잇따라 결성하고 이 농지를 도시민에게 평당 4만3000원에 분양하고 있다.

피해 어민과 현대건설은 4월 서산간척지 4778만m²(1448만평)를 간척사업(1980-1995년) 당시 인근 지역 어민 9765가구(서산 5757가구, 태안 2218가구, 홍성 1361가구, 보령 429가구)에 가구당 4950m²(1500평)씩 매각키로 합의했다.

현대건설은 12일까지 딱지를 접수한 피해 어민들과 15일부터 내년 1월30일까지 매매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서산=지명훈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