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코레아노(한국인)가 탱고를 연주한다니 말 같지도 않다는 듯 쳐다보았죠. 한 곡이 끝나면 주목하는 눈초리로 바뀌고, 두 곡이 끝나면 박수를 치고, 마지막 곡을 마치면 눈물을 흘렸어요.”
탱고 듀오 ‘오리엔탱고’ 멤버인 피아니스트 정진희(28·왼쪽)·바이올리니스트 성경선(28)씨. 아르헨티나에서 호평 받고 있는 ‘오리엔탱고’가 31일 오후 4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송년음악회를 갖는다.
1991년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간 성씨는 부에노스아이레스 베토벤 음대를 졸업하고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 중이었다. 정씨는 94년 아르헨티나로 음악유학을 갔으며, 권위 있는 ‘프로모씨오네스 무지칼레스’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97년 우승하는 등 성가를 올리고 있었다.
2000년 초, 첼리스트였던 성씨의 오빠와 알고 지내던 정씨가 성씨의 집에 들렀다. 아르헨티나에서 활동하는 모든 클래식 연주가들이 탱고를 즐겨 연주하듯, 그들도 재미 삼아 피아졸라의 탱고 곡으로 한번 호흡을 맞춰보았다. 두 사람의 탱고 연주는 유난히도 호흡이 잘 맞았다. “탱고 듀오를 하면 되겠는걸!”
“동양인 얼굴로 탱고를 연주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연주를 들은 사람은 오히려 열렬한 지지자가 되곤 했죠.”
성씨는 탱고가 본디 부둣가 선창에서 고된 노동을 하던 이민자들의 고생과 한이 녹아있는 음악이어서 한국적 정한(情恨)과도 맥이 통한다고 설명했다.
결성 두 달 만에 주요 극장에서 공연해 호평을 받았고 FM방송 출연도 잇따랐다. 이듬해에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시 문화국이 이들을 ‘시 소속 연주자’로 공식 지명했다.
“탱고의 고향인 부에노스아이레스가 탱고의 전통을 보존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입니다.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지명됐으니 영광이죠.” (정씨)
최근 피아졸라의 ‘포르 우나 카베자’ 등이 실린 첫 독집앨범을 고국에서 내놓았다. 이 앨범은 곧 아르헨티나에서도 발매될 예정. 세종문화화관 송년음악회에서는 피아졸라의 정통 탱고곡들과 ‘올드 랭 사인’ 등을 들려준다.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레인이 찬조 출연. 3만원. 02-399-1114∼7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