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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교의 농구 에세이]"홀, 네 멋대로 해봐!"

입력 | 2003-12-15 17:45:00


TG삼보는 지난 주말 2경기에서 67점, 68점을 넣는 데 그쳤다. 그것도 1,2라운드에서 연승했던 삼성과 LG에게 거푸 지면서. 물론 두 팀은 4강 전력으로 인정받는 강팀이어서 이길 수도 질수도 있다.

그러나 이틀간의 경기는 승패를 떠나 팀워크에 이상이 감지될 정도로 심각했다. 우선 선수들과 형제처럼 지내며 인화를 중시하는 전창진 감독의 입에서 선수들에 대한 질타가 터져나왔다. “지금부터는 경기가 아니라 연습을 하는 거야. 연습도 못하면 선수도 아냐.” “자신이 잘못했으면 인정을 해야지.”

뭔가 감독의 생각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TG삼보 같은 팀이면 나라도 우승하겠다’고 할지 모르지만 팀 장악이 생각만큼 쉬운 팀은 아니다.

프로농구 최고령 선수인 허재(38)는 벤치에서나 코트에서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그는 그대로 뭔가 잘 돌아가지 않는 듯 하다.

또 하나의 고민은 앤트완 홀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다. 전문가들은 당초 지난해 TG삼보 우승 멤버인 데이비드 잭슨보다 모든 면에서 낫다고 평가했다. 시즌 초 그의 활약은 TG삼보의 2년 연속 우승을 예약하는 듯했다.

하지만 현재 그는 팀의 애물단지 신세. 삼성전에선 퇴장을 당하더니 LG전에서는 3득점에 그쳤다. 왜 그가 문제아가 됐을까.

물론 팀플레이를 무시한 튀는 행동은 지적돼 마땅하다. 그러나 TG삼보는 기량이 우수한 선수를 뽑고도 소위 선수를 죽이는 일을 되풀이해왔다.

안드레 페리, 데이비드 잭슨이 그들이다. 페리는 2년 전 TG에서 눈치를 보며 뛰었으나 지난해 코리아텐더 4강 신화의 주역을 맡았다. 슈팅 정확도가 떨어지기는 했어도 코리아텐더는 그의 슈팅 보다는 리바운드와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에 높은 점수를 줬다.

지난해 뛰었던 잭슨은 미국프로농구 트라이 아웃 지명까지 받았다. 그런 그도 홀과 마찬가지로 외곽에서만 플레이를 한다고 시즌 내내 잔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그 외곽슛이 없었다면 TG의 챔피언 등극은 쉽지 않았을 게다.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도 특정 팀과 맞지 않는 선수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홀의 잘못을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동양적인 인정미를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다음 경기에서 허재가 “홀, 오늘은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고 하면 그는 울어버릴지도 모른다.

한선교 방송인 hansunkyo@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