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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반지의 제왕 3' 프리뷰

입력 | 2003-12-16 16:31:00


부질없는 약속 이상의 무엇인가를 이토록 많이 담아낸 반지가 이 세상에 또 있을까.

17일 전 세계 70개국에서 동시 개봉하는 '반지 시리즈'의 완결편 '반지의 제왕 3-왕의 귀환'은 제대로 된 마침표를 찍은 것 같다. 한꺼번에 제작된 '반지 3부작'의 완결편이란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3편은 1, 2편에 비해 이야기와 시각효과의 반경이 훨씬 확장됐다.

영화는 프로도 일행, 간달프 일행, 아라곤 일행 등 3개 파트의 엇갈린 상황을 평행 편집하며 긴장과 서스펜스를 고조시키는 한편, 프로도를 둘러싼 주변 캐릭터들의 내면을 더 깊이 파고든다.

반지 파괴의 사명을 짊어진 프로도와 그를 수행하는 샘은 물론 1, 2편에서 실수를 연발하며 경황이 없던 메리와 피핀도 자신을 둘러싼 역경 스토리의 중심이 되어 스스로의 운명과 각개 전투를 펼친다.

사우론은 인간 종족을 멸망시키기 위해 20만 대군을 동원해 곤도르를 공격하고 간달프(이안 매켈런)와 세오덴(버나드 힐)은 곤도르와 로한의 전사들을 규합해 필사적인 방어에 나선다. 아라곤(비고 모텐슨), 레골라스(올랜도 블룸), 김리(존 라이스 데이비스)는 유령 전사들의 도움을 받아 펠렌노르 평원에서 사우론의 연합 군대와 대결을 벌인다.

한편 프로도(일라이저 우드)는 그를 현혹시키려는 골룸의 꾀에 넘어가 충직한 샘(숀 어스틴)을 점차 멀리한다. 급기야 '불의 산'에 올라 반지를 꺼내든 프로도는 반지의 유혹 앞에 갈등하기 시작하고 골룸은 프로도를 향해 달려든다.

역설적이게도 완결편에서는 그 어떤 인물보다 골룸에게 초점이 맞춰진다. 다중인격 캐릭터인 골룸은 얼핏 프로도의 신임을 얻기 위해 샘과 경쟁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프로도의 분열적 모습을 비추는 거울 같은 존재다. 골룸은 끝까지 자신의 욕망을 포기하지 않고 몸을 던지고, 프로도는 반대로 자신의 의무를 유기한 채 욕망의 노예가 된다. 서로의 욕망에 집착하는 이 두 개의 몸부림이 충돌해 반지가 파괴된다는 아이러니는 선악의 이분법적 구도를 기술적으로 흐리면서 인간의 욕망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속임수와 거짓말의 악취를 풍기는 골룸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프로도가 '제 2의 골룸'이 되는 것을 막는다.

특수효과의 규모는 훨씬 커졌지만 동시에 더 육화(肉化)되었으며, 체감적이다. 2편의 '헬름 협곡' 전투에 등장한 1만 명의 디지털 캐릭터의 20배인 20만 명의 디지털 캐릭터가 펠렌노르 전투 장면에 등장한다. 카메라 앵글은 캐릭터들을 깨알 같이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찍다가 쏜살같이 내려와 개개의 캐릭터들을 부각시킨다. 육중한 돌 대포알을 따라가는 카메라 워킹은 중세풍의 무용담을 처절하게 체화(體化)시킨다. 골룸과 프로도를 포함한 캐릭터들의 눈동자를 극단적으로 부각시켜 사이코 드라마적 색채를 만들어내는 익스트림 클로즈업도 효과적이다. 코끼리와 흡사한 괴물 올리파운츠가 탱크처럼 전장을 누비는 모습과 '악녀의 자궁' 냄새를 풍기는 초대형 거미 셸롭의 캐릭터는 창조적이다.

피터 잭슨 감독은 미니어처와 컴퓨터그래픽, 실사를 뒤섞어 만든 신화적 세계를 현대인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질투와 믿음과 사랑의 이야기로 그 층위를 끄집어 내렸다. 감독의 솜씨는 원작의 힘 못지않다. 12세 이상 관람 가.

이승재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