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체포되면서 미국은 대(對)이라크 전략을 운용하는 데 여유를 갖게 됐다. 바로 ‘후세인 효과’다.
▽탄력 받는 ‘빠져나가기(exit) 전략’=개전 2개월도 되지 않아 승전선언을 했던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이라크 치안불안과 늘어나는 미군의 인명손실에 떼밀려 ‘빠져나가기 전략’으로 전환했다.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군의 부분 철수(2004년 5월)를 단행하고, 이라크인들에게 주권을 조기에 넘긴다(2004년 6월 말)는 계획.
이에 따른 치안공백을 메우기 위해 미군정은 이라크경찰과 민방위군을 양성하고 심지어 이라크판 중앙정보국(CIA) 및 정파별 민병대까지 창설할 태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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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전략은 민주당과 뉴욕 타임스 등 미 언론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았다. 미국 내 정치일정에 밀려 ‘화약고’를 방치함으로써 ‘중동 민주화의 지렛대’라는 당초의 전략을 포기했다는 비판이었다.
후세인의 생포는 이런 비판 여론을 잠재우는 심리적 효과를 가져왔다. 후세인의 건재 자체가 부시 행정부 이라크전략의 실패를 상징하는 것으로 미국인에게 비쳐 왔기 때문이다.
이제 부시 대통령은 자신 있게 이라크 전략을 펼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빠져나가기 전략’의 성패는 이라크 사회에 깊어지는 반미감정에 달려 있다.
현지인들의 반미감정을 ‘후세인이 사라져 자유로워졌다’는 해방감으로 바꾸지 못하는 한 주권을 내년 6월 말까지 넘기는 것은 여전히 위험한 도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제적 ‘협조게임’ 되살릴 계기=두 번째 효과는 국제외교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 정책에서 자신감을 가진 것과 비례해 프랑스 러시아 등 반전국의 관계개선 제스처가 잇따르고 있다.
반전국들은 종전 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미군의 이라크 점령을 마지못해 인정했지만 재정 및 군사지원은 한사코 거부해 왔다. 유엔의 주도권을 미국이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이 이라크 복구사업(186억달러)에 반전국 기업의 참여를 봉쇄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그러나 후세인 생포로 해빙 분위기가 퍼져가고 있다. 제임스 베이커 미 대통령 특사가 유럽을 순방하기 하루 전인 15일 프랑스와 러시아는 이라크 부채 탕감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베이커 특사의 유럽방문에서는 이라크 부채 탕감 문제를 비롯해 △이라크 재건 △복구사업 입찰 △유엔(반전국)의 정치적 역할 강화 등이 광범위하게 거론될 것이란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후세인 효과는 결과적으로 부시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높였다. 그동안 미 유권자들에게 이라크가 ‘수렁에 빠진’ 베트남처럼 비칠수록, 이라크 정책을 둘러싼 국제적 고립이 심화될수록 부시 지지도는 하락해 왔다.
미국경제도 대세 상승의 초입단계에 접어들어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가로막는 악재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