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봉 아마 7단(21·사진)이 올해 아마국수전에서 우승했다.
하 7단은 16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 대회장에서 열린 37회 아마국수전 결승에서 김준상 6단을 백 반집으로 누르고 우승했다. 하 7단은 “초읽기에 몰려 막판 추격을 허용했는데 다행히 반집을 남겼다”며 “아마대회 중 가장 권위 있는 대회에서 우승해 기쁘다”고 말했다.
한국기원 연구생 출신의 하 7단은 1999년 이후 한해 평균 3, 4개 대회에서 우승하며 아마 최강자로 군림해 왔다. 2001년엔 우승 상금만 3500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 정규 기전 우승은 한번에 불과했다.
그가 올해 부진했던 것은 입단 대회 준비로 학초배 등 주요 기전에 불참했기 때문. 입단대회에서도 2차 예선의 관문을 뚫지 못했다.
하 7단은 내년 1월 36회 우승자인 이강욱 7단과 내년 5월 일본에서 열리는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 출전권을 놓고 3번기 승부를 벌인다. 원래 아마국수전 우승자가 세계 대회에 자동 출전하지만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문에 지난해 대회가 취소돼 두 사람이 출전권을 놓고 대결하게 된 것.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면 프로기사 특별 입단이 허용된다.
그는 “아마추어 기사들의 꿈은 아마국수전 우승 후 세계대회에서 우승해 입단하는 것”이라며 “이 7단은 연구생 1년 후배로 평소 친하게 지내는데 서로 부담스러운 대국을 벌이게 됐다”고 말했다.
하 7단은 실리에 짜고 끝내기가 강한 기풍을 갖고 있다. 연구생에서 갓 나왔을 때는 전투바둑이었지만 아마 대회에 적응하다보니 기풍이 바뀌었다는 것.
그는 “아마 대회에선 하루에 5, 6판씩 두는데 전투 바둑으로 한 판을 두고 나면 너무 시달려서 다음 대국에 정신을 집중하기 힘들다”며 “그래서 유연하고 부드럽게 두다가 상대의 실수를 기다리는 기풍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아마추어로서 많은 영광을 누린 그는 아직 입단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갖고 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