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청계천 복원사업을 계기로 서울의 대기 환경을 개선하고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7월부터 도입한 승용차 자율요일제가 시행된 지 다섯 달이 넘었다.
자율요일제란 시민이 월∼금요일 중 하루를 정해 승용차 운행을 자제하는 제도로 이에 동참하는 시민에 대해 서울시는 각종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무차별 등록과 스티커 부착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시행의 효과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스티커 마구 부착=현재 시에 등록된 차량 214만대 중 절반이 넘는 130만대가량이 요일제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시는 정확한 참여 차량의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시는 10월경 자율요일제 가입 목표 100만대를 채운 뒤부터는 자율요일제 스티커 부착률을 높이는 데 열을 올리고 있으며 그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시 홈페이지에 ID ‘시민’으로 글을 올린 사람은 “회사 앞에 주차해 둔 차에 자율요일제 스티커가 붙어 있어 동사무소에 전화해 보니 ‘위에서 시켜서 한 일이니 그냥 제거하라’는 대답을 들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ID ‘차주’는 “신청하지도 않은 요일제 스티커가 붙어 있어 서울시에 확인해보니 내 차 두 대가 모두 신청돼 있었다”며 “얼굴도 모르는 통장이 관리실에 등록된 차량 정보를 이용해 신청한 뒤 인센티브로 주는 지하철 승차권까지 받아갔다”고 주장했다.
서울 도봉구 창동에 사는 시민 정모씨는 “승용차에 스티커가 부착돼 있어 동사무소에 항의전화를 했더니 ‘좋은 제도이니 이해해 달라’고 하더라”며 “목적이 좋다고 수단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고 따졌다.
▽자율요일제는 자율 제도?=시는 참여 시민에게 거주자 우선주차제의 우선권을 부여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각 동사무소에서는 요일제에 참가하지 않으면 우선주차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 사는 박모씨는 “신청하지도 않았는데 거주자 우선주차제 대상이므로 요일제에 등록시켰다는 전화를 동사무소에서 받았다”고 말했다.
공영주차장 출입을 요일제 참여 차량으로 제한한 데 대해서도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시민 하모씨는 “공영주차장 직원이 입구에서 자율요일제 신청을 받으면서 ‘신청만 해놓고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설득해 별 수 없이 가입했다”며 “자율요일제에 가입하지 않은 차량은 공영주차장 이용을 못하게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비난했다.
▽교통량도 줄지 않아=참여 차량이 서울시내 전체 승용차의 60%가 넘는데도 서울 도심의 차량 통행속도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올해 6월 출근시간대(오전 7∼9시)에 시속 20.3km를 나타냈던 도심의 차량 통행속도는 8월 이후 오히려 19km대로 줄었다.
또 출근시간대 도심으로 유입되는 도로의 통행량도 6월 시간당 4만2000여대였던 것이 현재 4만1100∼4만1800대로 별다른 변화가 없다.
그러나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단기간 효과만으로 정책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이렇게 되면 강제적으로 5부제를 실시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서울시의 승용차 자율요일제 홈페이지. 시민들의 항의 글이 수백 건 올라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