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내수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지만 가장 큰 혜택을 봐야 할 은행주들이 맥을 못 추고 있다.
내수 경기가 좋아지면 은행 돈을 빌리는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은 늘고 부실 채권은 줄어 은행 이익이 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은행들이 LG카드에 빌려준 돈 가운데 얼마나 떼일지를 알 수 없고 앞으로 얼마나 더 지원해야 할지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LG카드가 새 주인을 만날 때까지는 은행 주가가 상승세를 타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동원증권은 17일 LG그룹과 채권은행단이 LG카드 및 LG투자증권 매각에 합의함에 따라 LG카드에 대한 부담이 LG그룹에서 채권단으로 완전히 넘어갔다고 분석했다.
동원증권은 이번 합의로 인해 LG카드의 손실이 채권은행들에 집중됐다며 은행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유지했다.
이준재 동원증권 연구위원은 “LG카드는 자산 건전성과 자금 조달 여건이 갈수록 악화돼 손실 폭이 계속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채권단과 LG그룹의 합의는 LG카드 해결의 ‘실마리’가 아닌 ‘시작’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LG투자증권 조병문 연구위원도 “은행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일은 없겠지만 앞으로 LG카드가 매각되기까지 계속 부정적인 뉴스가 나오면서 은행주의 발목을 잡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종증권도 전날 채권단이 LG그룹과 합의해 발표한 LG카드 처리방안은 은행 주주로서는 ‘매우 실망스러운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세종증권은 “대주주가 소유한 LG카드 지분을 채권단이 거의 무상으로 넘겨받기는 했으나 지분이 15.8%(액면가 기준 952억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앞으로 추가로 드러날 LG카드 부실은 모두 채권단이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LG카드로 인한 은행 부담이 시장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크지는 않은 만큼 오히려 저가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은 “LG카드 여신으로 인한 은행들의 자산 감소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주가 조정은 매수 기회”라고 밝혔다.
류재철 동양종금증권 연구위원은 “당초 LG카드의 자본 확충 시한이 내년 3월로 제시됐지만 채권단의 조기 매각 방침으로 그 시기가 앞당겨졌다”며 “악재의 노출은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LG카드 채권 손실에 따른 주요 은행별 주당 순자산가치(BPS) 변화은행LG카드 채권
(억원)BPS 변화(원)LG카드 요인
제외시20% 손실시50% 손실시국민10,88528,98528,37327,454조흥2,230 2,951 2,889 2,796신한지주6,04310,175 9,669 9,973하나2,69420,51620,15919,623우리5,774 7,469 7,350 7,172대구1,091 6,892 6,786 6,628부산 367 6,780 6,745 6,692자료:LG투자증권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