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환자가 다시 발생해 검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1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검역관계자들이 열감지장치를 이용해 대만에서 입국하는 승객들의 체온을 재고 있다. -인천=변영욱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7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완전 종료를 선언한 후 처음으로 대만에서 사스 감염자가 공식 확인됐다.
대만 보건부는 17일 의학연구원인 한 남성(44)이 사스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대만 국방의학원에서 사스를 연구해 온 이 남성은 5일 보호장갑과 가운을 착용하지 않은 채 실험을 하다가 시험관 밖으로 흘러나온 사스 샘플에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고 WHO는 밝혔다.
이 남성은 7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했으며 10일 귀국할 때는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13일부터 열에 시달려 16일 진단을 받은 결과 사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 당국은 그를 타이베이(臺北) 시내 사스 전문병원으로 옮겨 격리치료 중이며 감염자 가족 4명도 외출을 금지했다.
대만의 사스 발생 사실이 알려지자 싱가포르 보건부는 이 남성과 접촉 가능성이 있는 70명을 즉시 격리 조치했다.
홍콩은 사스경보 3단계 중 1단계를 발동하고 대만을 오가는 비행기마다 의료진이 탑승해 의심환자를 가려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올 봄 사스 발생으로 가장 큰 홍역을 치른 중국은 사스 예방을 위한 일일 보고체제를 강화하고 사스 재발에 대비, 대만과 협력할 용의를 밝혔다.
사스 감염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날 대만 주가는 2.3%포인트 하락했다.
사스는 올해 1∼4월 중국 홍콩 대만 등지에서 맹위를 떨쳤다. 29개 국가에서 감염자가 발생해 7월 5일 WHO가 종료를 선언할 때까지 세계 경제와 관광 등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WHO 통계에 따르면 7월까지 환자는 8000여명, 사망자는 774명에 이르렀다. 대만에서는 346명이 사스에 감염돼 37명이 숨졌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