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가 산업자원부로부터 받은 약 700억원의 원전 특별지원금을 도심에 문화예술회관을 건립하는 데 사용할 것을 적극 검토해 원전 주변에 있는 감포읍과 양남, 양북면 등 3개 읍면 지역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또 경주시의회에서도 상당수 의원들이 시 전체를 위해 문화예술회관을 건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반면 이들 3개 읍면 출신 의원들은 원전 특별지원금은 주변 지역 주민들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17일 경주시에 따르면 지난달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상당수 의원들이 “‘역사문화도시’인 경주에 어울리는 문화예술의 전당을 마련해야 한다”며 “원전 특별지원금으로 도심에 문화예술회관을 건립하는 것이 좋다”고 밝혀 이를 검토하고 있다. 산자부는 내년 4월 양북면에 착공될 예정인 신월성 원전 1,2호기에 대한 특별지원금 697억원을 최근 경주시에 지급했다.
현재 경주에 가동 중인 원전(월성 1∼4호기)과 관련된 특별지원금 156억원은 이미 지급돼 집행됐다.
▽경주시 입장=시는 관련법규에 따라 원전 일반지원금의 경우 원전 반경 5km 내 주변 지역을 위해 활용하도록 돼 있으나 특별지원금은 해당 자치단체 전체를 위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처에 대한 법적 제한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는 대부분의 시의원들 사이에 원전 특별지원금을 활용해 시민 전체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문화예술회관을 건립하는 것이 좋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포읍 등 3개 읍면의 경우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1990년 이후 현재까지 상당액의 원전 일반지원금이 투자됐으며 앞으로 원전이 가동되는 동안 매년 30억원이 추가 지원된다는 것.
경주시 정의욱 행정지원국장은 “원전 특별지원금을 어떻게 사용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라며 “전체 시민들을 대상으로 여론을 수렴하고 시의회 등과 협의해 사용처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3개 읍면 지역 반발=감포읍과 양남, 양북면 주민 대표들은 최근 잇따라 시청을 방문해 “특별지원금 전액을 원전 주변 지역 주민들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와 관련해 감포 지역 사회단체와 농어민 등은 ‘월성원전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양남, 양북면 관련단체와 연대해 적극적으로 투쟁하기로 했다.
이 위원회 김영만 회장(54·농업)은 “시가 문화예술회관 건립에 원전 특별지원금을 사용키로 사실상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문화예술회관 건립사업이 확정될 경우 신월성 원전 1, 2호기 건설사업을 적극 저지하거나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의회 조광조 의원(감포읍)은 “시의원 24명 중 원전 주변 지역 출신 3명을 제외한 21명이 문화예술회관 건립에 찬성하고 있으나 이는 수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며 “특별지원금은 원전과 생존권을 맞바꾼 주변 지역 주민들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주=최성진기자 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