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과 그의 맏딸 라가드. 후세인이 라가드의 남편을 반역죄로 처형하기 전의 사진인지는 분명치 않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미군에 체포된 지 이틀 만인 16일 맏딸 라가드(36)의 애끓는 사부곡(思父曲)이 아랍권에 울려 퍼졌다.
요르단에 거주하고 있는 라가드는 위성방송 알 아라비야 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군이 공개한 아버지의 사진들을 보고 견딜 수 없었다”며 몸을 떨었다고 영국 BBC 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라가드는 이어 미군이 아버지를 체포하기 전에 약물을 주입한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아버지와 가까웠던 모든 사람들은 TV에 나온 아버지를 보고 약물을 투입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가드는 “비록 족쇄를 차고 있더라도 사자는 엄연히 사자”라며 “아버지가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라가드는 여동생인 라나, 할라와 함께 “변호사를 선임해 아버지를 변호하겠다”고 말했다. 17일 사우디아라비아 신문 알 하야트와의 인터뷰에서는 “아버지를 방문하기 위한 법적 수단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라가드는 특히 “미국 점령군이 세운 과도통치위원회에 의해 아버지가 재판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첫째 라가드와 둘째 라나는 아버지 후세인에 의해 남편을 잃은 비운의 여주인공들이다.
후세인은 1995년 요르단으로 망명한 두 사위가 이라크 화학무기에 관한 비밀을 공개하자 바그다드로 돌아오도록 회유한 뒤 반역죄로 처형했다.
라가드를 비롯한 딸들은 바그다드가 미군에 함락된 4월 9일 후세인으로부터 떠나라는 전갈을 받았으며 자녀 9명과 함께 도피, 요르단 국왕의 배려로 암만에 머물고 있다.
이런 가족사 때문에 라가드의 사부곡은 딸들이 아버지의 죄를 용서했다는 표시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