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선자금에 대해서도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검찰은 정치권에 날을 세우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선자금 불법 모금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안대희(安大熙)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은 이날 출근길에 “요즘은 조사 받는 사람은 말하고, 조사하는 사람은 말을 할 수 없는 시대”라며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안 중수부장은 오후에는 기자간담회에서 미리 준비한 A4 용지 3페이지 분량의 글을 통해 정치권의 수사 방해 행위와 노무현 후보 캠프와 한나라당 인사들의 대선자금 유용과 축재 등을 거론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편파수사’ 논란에 대해서도 “나를 비롯해 수사팀은 직(職)을 걸고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하고 있다”며 “수사는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진상규명이 돼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삼성 LG 현대자동차 롯데 등은 물론 두산 한화 금호 한진 등 5대 그룹 이외의 기업 수사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당초 검찰은 연말까지 기업 수사를 끝낸다는 방침이었다.
일선 검사들 역시 최 대표가 대선자금 특검 추진 및 특별수사검찰청 설치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명분이 없다”며 크게 반발했다. 법무부의 한 검사는 “여당과 대통령측근에 대한 수사 성과가 한창 진행 중인데 편파수사 운운하며 특검을 추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도 이날 “누가 뭐라든 지금 이 수사를 되돌릴 수는 없다”며 “이번 수사를 정도에 어긋나게 물줄기를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