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캐나다 및 멕시코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맺었던 미국이 17일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온두라스 등 중미 4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더 나아가 파나마 에콰도르 볼리비아 페루 등과도 비슷한 협정을 추진하고 있어 NAFTA의 남진(南進)은 계속될 전망이다.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 = 중미권 중 보험 및 통신시장 개방을 끝까지 반대했던 코스타리카는 16일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그러나 나머지 4개국은 난제였던 섬유시장 개방 건을 끝까지 절충한 끝에 향후 10년에 걸쳐 대부분의 시장에서 관세를 낮추기로 합의했다.
로버트 졸릭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코스타리카와도 수주 내 쟁점에 합의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어 내년 초 미 의회에 제출할 협정문안에는 중미 5개국이 모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CAFTA는 미국으로선 6번째 자유무역협정. 1993년 NAFTA 체결에 합의(협정 발효는 1994년)했던 미국은 이후 이스라엘 요르단 칠레 싱가포르와 개별 협정을 맺었다.
▽CAFTA의 부수효과 = 미국이 CAFTA에 포함시키려는 코스타리카 도미니카 등에 이번 4개국을 포함시킨 6개국의 대미(對美) 무역액은 300억 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중미국과의 교역이 결과적으로 이 지역 민주화를 촉진시켜 무장세력의 존립기반을 약화시킬 것으로 미국은 기대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9월 멕시코 칸쿤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결렬과 지난달 미주자유무역협정 타결 실패, 유럽연합에 대한 철강관세 번복 등으로 통상외교에선 낙제점을 받았다. 특히 미주자유무역협정은 막판 '개도국진영의 대변자'를 자처한 브라질이 미국의 농업보조금 폐지를 걸고 나오면서 결렬돼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이번 CAFTA 합의와 잇따른 중남미국과의 개별 자유무역협상이 성공을 거두면 브라질을 효과적으로 압박할 수 있게 된다고 AP통신 등 외신은 평가하고 있다.
▽의회통과가 변수 = CAFTA는 벌써 미국 내 사탕수수·무 업계와 섬유업계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값싼 중미산 제품이 쏟아져 들어온다는 불만. 더욱이 내년은 대선이 예정돼 있어 정치권이 유권자를 의식, 협정 비준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월 스트리트저널은 "미 행정부가 이에 따라 자유무역 단체를 활용, 중미권과의 교역의 잇점을 업계에 설명하는 설득작전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미 행정부가 도미니카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뉴욕 지역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도미니카를 CAFTA에 끌어들이려는 것도 비슷한 포석이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