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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향 맛 그대로]'치즈 퐁듀' 화이트 와인 곁들이면 환상적

입력 | 2003-12-18 16:36:00

스위스산 치즈로 만든 퐁듀에 호밀빵을 찍어 먹고 있는 마르티 이사.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나의 한국 생활은 이번이 두 번째다. 98년부터 3년간 일했고 이번에는 8개월 전에 왔다.

업무가 바쁘다보니 집 생각을 할 겨를도 별로 없지만 추운 겨울이면 스위스 생각이 부쩍 난다. 요즘 같은 스키시즌에는 친구들과 알프스 산맥을 누비던 생각이 절로 난다. 알프스의 스키리조트에서 ‘스키 패스’ 티켓을 끊으면 국경을 넘나들며 다양한 스키 슬로프를 즐길 수 있다. 그렇게 스키를 타다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먹던 영양식이 바로 치즈 퐁듀다.

열량이 높은 치즈를 잘게 부숴 포트에 넣고 끓인 뒤 여기에 딱딱한 호밀빵과 삶은 감자를 찍어 먹으면, 소박하지만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된다. 서양에서는 보기 드물게 여러 사람이 둘러 앉아 한 솥 음식을 나눠먹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유럽식 ‘찌개문화’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한국에도 치즈가 널리 보급되면서 치즈 퐁듀를 접할 수 있는 식당이 꽤 많아졌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레스토랑 ‘앤치즈(02-511-7712)’는 치즈를 사러 종종 들르는 곳이다. 이 곳 주인은 한국인이지만 그의 유창한 프랑스어(스위스의 공용어 중 하나) 실력과 가게의 아늑한 분위기는 고향 생각을 한껏 느끼게 한다.

치즈 퐁듀는 지역에 따라 재료로 사용하는 치즈의 종류가 다양한데 개인적으로 그뤼에르 치즈만으로 만든 퐁듀를 좋아한다. 좀 더 진하고 걸쭉한 맛을 즐기고 싶을 때는 그뤼에르와 바쉐링 치즈를 반씩 섞은 ‘모아티에 모아티에’를 찾는다. 이 식당에서는 그뤼에르 치즈와 에멘탈 치즈를 섞은 퐁듀를 맛볼 수 있는데 스위스산 치즈라 큰 불만은 없다.

퐁듀에 마늘과 ‘슈납스’라는 과일향 증류주, 삶은 토마토 으깬 것을 넣어 자기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도 있다. 퐁듀를 먹을 때는 계속해서 저어주어야 하는데 그래야 치즈끼리 잘 섞여 엉키지 않고 걸쭉해진다. 오래 졸이다보면 치즈가 눌기 때문에 너무 오래두고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퐁듀에 어울리는 와인은 강한 맛의 화이트 와인이다. 강한 맛의 와인은 산도가 높아 치즈가 위장 속에서 응고되는 것을 막아 소화를 돕는다. 반대로 찬물과 함께 먹는 것은 금물이다. 내 고향 로잔에서는 ‘생 상포링’ 와인을, 스키를 타러 가던 발레지방에서는 ‘퐁동’ 와인을 즐겼다. 한국에서는 찾기가 쉽지 않아 드라이한 맛에 산도가 높은 프랑스산 와인을 즐긴다.

티에리 마르티 카르티에 마케팅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