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찰 수사로 비리가 구체적으로 밝혀지고 있는 군납업체들에 대해 국회 국방위원회와 시민단체, 감사원 등이 지난 수년간 줄곧 의혹을 제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형식적으로 조사하는 데 그쳐 비리의 싹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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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차관,군납업체 재직때 月 교통비 200만원
-천용택의원 29일 출두 통보
▽제기된 의혹들=감사원은 2000년, 국회 국방위는 2001년 오리콘 대공포 성능개량 사업에 대해 집중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이 사업에 부품을 공급한 한국레이컴의 정호영(鄭豪泳·49) 전 회장은 국방품질관리소 이원형(李원炯·57·예비역 소장·구속) 전 소장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9일 구속됐다.
감사원은 2000년 9월 한국레이컴이 부품구입 영수증을 조작하고 연구개발비를 과다 계상해 12억7900만원의 부당 이익을 챙긴 사실을 적발, 국방부에 이를 환수하고 이 업체를 ‘부정당(부적격)업체’로 지정해 제재하도록 요구했다.
다음해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성능개량을 했다는데 대공포의 성능이 이전보다 오히려 더 떨어졌다. 이런 부적격업체와 계약한 배경이 무엇이냐”고 국방부를 질타했으나 이 사업은 최근까지 진행돼왔다.
이번에 대표가 구속된 방위산업체 연합정밀도 2001년과 2003년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됐다. 국방위 소속 일부 의원들이 이 회사의 통신부품 납품과정의 문제점을 최근까지 지적해왔다.
의원들은 2000년 국정감사에서 K1전차사업의 부품 고가 구매와 수의계약 특혜 등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이 사업 군납업체인 H사의 중기사업본부장은 1999년 납품 편의를 봐달라며 이 전 소장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18일 불구속 입건됐다.
또 군 내부에서 효용성이 떨어져 말이 많았던 수중전파탐지장치의 납품업체 엠텍사 대표 역시 군 관계자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구속됐다.
▽묻힌 의혹들=비리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의혹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무기구입사업들도 적지 않다.
‘백두 신호감청기·금강 정찰기 도입 사업’ ‘인도네시아산 CN-235M 수송기 도입 사업’ 등 굵직한 7, 8개 사업은 예산 낭비, 업체와의 결탁, 비자금 수수 등의 의혹을 받아왔다.
이들 사업은 1997년 말 김영삼(金泳三) 정부 말기에 계약 체결이 이뤄졌으나 김대중(金大中) 정부 인수위원회에서 사업 집행이 정지됐다 곧바로 되살아났다.
‘레이더공격용 무인정찰기 도입사업’ 등 10여개 사업에 대해서도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중 군납업체와 군 관계자, 정치인 등이 얽힌 ‘뇌물 고리’가 조금이라도 드러난 것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뒤늦은 수사와 한계=군 전문가와 국회 관계자 등은 이번 경찰의 수사가 연늦은 감이 있다고 보고 있다.
국회 국방위 소속 한 의원의 보좌관은 “수십년간 관행이 돼온 금품 로비를 이제 와서 어떻게 풀어나갈지 의문스럽다”며 “원칙대로 수사한다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군납업자들을 소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이태호 정책실장은 “실력보다는 로비 능력으로 승부하는 음성적 관행이 너무나 뿌리가 깊고 넓게 퍼져 있어 (경찰이) 수사 초점을 어디에 맞춰야 할지 난감할 것”이라며 “혐의가 발견되더라도 불법 사실을 제대로 파헤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군납사업 비리 의혹제기 사례
사업 내용의혹 제기최근 비리가 드러난 군납사업오리콘 대공포 성능개량사업(한국레이컴)2000년 감사원, 2001년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통신장비 획득사업(연합정밀)2001년, 2003년 국정감사K1 전차사업(H사)2000년 국정감사의혹으로 남아 있는 군납사업백두 신호감청기·금강 정찰기 도입사업김대중 정부 초기 중단됐다가 재통과. 최근까지 국회 등에서 의혹 제기인도네시아 CN-235M 도입사업BO-105 Scout 헬기 도입사업다연장 로켓·지대지 미사일 도입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