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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오럴 오피스’…美 하원 클린턴 탄핵 결의

입력 | 2003-12-18 18:39:00


1998년은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게 잊을 수 없는 한 해였다.

그해 12월 미 하원에서 대통령 탄핵 결의가 있기까지 클린턴과 백악관 인턴 르윈스키의 섹스 스캔들은 지구촌 전역을 후끈 달궈놓았다.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Oval Of-fice)는 ‘오럴 오피스(Oral Office)’로 낙인찍혔다.

‘스타 보고서’의 한 대목. 클린턴의 오럴섹스는 폰(phone)으로 이어졌다.

…아침 6시반부터 클린턴의 폰 섹스가 시작됐다. “좋은 아침이야. 하루를 멋지게 시작해볼까. 나는 너무 흥분했어.” 르윈스키가 전화선을 통한 관계에 불만을 털어놓자 그는 이렇게 달랬다. “날마다 태양빛을 즐길 수는 없잖아.”

보통 의회의 탄핵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로 여겨졌으나 클린턴은 생환(生還)했다. ‘돌아온 친구(Comeback Kid)’ 빌 클린턴. 당시 언론이 그에게 붙여준 닉네임이다.

그를 살린 것은 여론이었다.

탄핵 직후 그의 직무수행에 대한 지지도는 72%까지 치솟았다.

“사소한 잘못은 누구에게나 있다.” 이게 미국인들의 정서였다.

프랑스의 르몽드는 스타 보고서를 ‘성(性) 매카시즘’으로 규정했다. 신문은 “미국의 성문화가 얼마나 문란한지는 세상이 다 아는데 참으로 가증스러운 앵글로색슨의 위선”이라고 혹평했다.

어떤 의미에서 클린턴은 희생양이었다.

공화당 내부에서는 클린턴 집권 초기부터 약자와 소수파의 이익을 대변해 온 이 시골뜨기 대통령을 용인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케네시 스타 특별검사는 공화당에 의해 고용된 ‘저격수’였다.

스타는 극우 공화주의자였다. 그는 모든 ‘클린턴적인 것’을 증오했다. 당초 부동산 스캔들을 조사하도록 임명됐으나 대통령의 사생활까지 수사를 확대했고 여론을 조작했다. 증인 가족을 위협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그야말로 마녀사냥이었다.

스타는 제2의 ‘오즈월드’로 사육(飼育)됐으나 그의 저격은 여론의 방탄(防彈)을 뚫지 못했다. 그는 미수에 그친 암살범에 불과했다.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