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 위니아의 변선욱 감독(39)은 평소 “사표를 가슴에 품고 다닌다”고 농담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라는 현대 오일뱅커스, 동원 드림스 등 실업팀이 잇따라 해체되는 바람에 국내에 유일하게 남은 아이스하키 실업팀. 사실상의 국가대표팀이나 마찬가지인데 만약 대학팀에 패하기라도 하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변 감독은 “대학팀들하고 싸워봐야 이겨도 본전, 지면 망신이다.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는다. 한라는 10월에 열린 종합선수권대회 결승에서 고려대에 패했고 2003강원도컵 코리아 아이스하키리그 정규시즌에선 연세대에 한 차례 패해 망신살이 뻗쳤었다. 10월 고려대에 패했을 땐 한라의 정몽원 구단주가 크게 역정을 냈다는 후문.
18일 목동링크에서 열린 2003강원도컵 코리아 아이스하키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 한 경기도 지면 안 된다는 한라는 고려대를 3-2로 힘겹게 꺾었다. 1차전을 5-1로 이긴 한라는 이로써 2연승을 기록해 남은 3경기 중 1경기만 이기면 코리아리그 3연속 우승의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1피리어드 2분23초 만에 조종하의 선제골로 앞선 한라는 3분 뒤 전진호의 절묘한 어시스트를 받은 김도윤이 골대 안으로 가볍게 퍽을 밀어 넣어 2-0으로 앞서나갔다. 2피리어드에서도 11분20초에 김강현이 골문 앞에서 뛰어난 스틱워크로 수비수들을 따돌리며 추가골을 성공시켜 3-0. 고려대는 3피리어드 16분과 17분 김동환과 이승준이 연달아 골을 터뜨렸으나 승부를 뒤집기엔 시간이 너무 모자랐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