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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르고 나서]과거 조명한 작품, 험난한 시대 위로해줘

입력 | 2003-12-19 17:22:00


2003년 한 해를 마감하는 출판계는 이구동성으로 “최근 3년 내 올해가 최대 불황이었다”고 하소연합니다.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같은 대형 베스트셀러도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얼어붙은 출판계를 해빙하기에 역부족이었습니다. ‘경제위기 때는 책을 읽는다’는 경험적 속설조차 올해에는 별로 들어맞지 않았다고 합니다. 무엇이 책의 자리를 대신했을까요?

사실 책 아닌 다른 매체들이 모두 책의 자리를 대체한 것은 아닙니다. ‘파페포포’ 같은 에세이만화나 ‘그놈은 멋있었다’류의 인터넷소설,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 과 같은 자기관리형 책 등은 책과 친하지 않은 젊은 독자층이나 바쁜 직장인들을 책으로 이끌어오기도 했습니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속에서 책은 어떤 형태로 존재하고 존재해야 할 것인지, 한 해를 마감하며 생각해 봅니다.

7월 5일부터 12월 13일까지 ‘책의 향기’에 실린 책들을 중심으로 6명의 자문위원들과 ‘책의 향기’팀이 공동으로 ‘올해의 책’을 선정했습니다.

영화 TV드라마에 걸쳐 폭넓게 개진된 역사에 대한 관심이 책에서는 ‘미시사를 통한 구체성 있는 과거의 재현’ ‘일상사 영역의 재발견’으로 모아졌습니다. 하반기 올해의 책 10권 중 ‘조선의 뒷골목 풍경’을 B1면에 세운 이유입니다.

‘정의와 덕성은 시장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점을 잊고, 오로지 보이지 않는 손이 자동적으로 시장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리라고 기대해 왔던 태도를 반성하고자 ‘애덤 스미스 구하기’를 함께 골랐습니다.

10선 외에 ‘좋은 책’ 후보에 올랐던 16종의 책은 간략한 리스트로 정리했습니다. 연말연시 마음과 머리를 살찌울 양식을 찾는 분들에게 참고할 만한 정보가 되기를 바랍니다.

예순한 살부터 3년간 실크로드를 걸어서 여행한 한 프랑스인 전직 기자는 자신을 움직인 원동력이 어려서 책에서 만났던 ‘사마르칸트’같은 낯선 지명에 대한 동경이었다고 말합니다. 불황과 매체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책은 여전히 갈 길을 찾는 사람들에게 나침반이 될 것입니다.

책의향기팀 b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