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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12월의 라보엠'을 보고…열창의 원형무대

입력 | 2003-12-19 18:17:00

18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개막된 오페라 ‘12월의 라보엠’ 2막. -박주일기자


18일 저녁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막을 올린 ‘12월의 라보엠’(자코모 푸치니 작곡)은 대형 원형무대에서 공연되는 오페라라는 점에서 주목됐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이 날 공연은 무대 연출상 몇 가지 문제점을 드러냈다.

연출자 베르나르 슈미트는 공연 전 기자회견에서 원형무대 가운데의 사각형 장치를 올렸다 내렸다 함으로써 다양한 무대 효과를 연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사각형 장치’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회색빛 평면에 가구와 소품 몇 가지로 장식된 무대는 밋밋하고 단조로운 인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2막 ‘카페 모무스’ 장면이 돋보였지만 이 역시 화려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조명도 당초의 기대와는 동떨어졌다. 연출자는 첨단 조명장치를 사용해 무대장치를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포트라이트 활용은 매우 평범했고, ‘카페 모무스’ 무대장치 뒤편에 스크린으로 투사하는 배경화면도 변화가 적어 단순한 느낌을 주었다. 조명 담당자는 미미가 숨을 거둘 때 화사한 꽃무늬 조명을 무대 중심에서부터 객석 전체로 확산시키면서 감동을 이끌어 내겠다고 자신했지만 조도(照度)가 낮아서인지 전혀 화사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음향은 지금까지 야외에서 펼쳐진 대형 오페라 공연보다 나았다. 그럼에도 극적 박력이 넘치는 ‘투란도트’나 ‘아이다’라면 모를까,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에 대한 이탈리아식 응답으로 일컫는 ‘라보엠’의 음악적 색채를 재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왜 오페라극장이 아닌 ‘경기장 오페라’를 보러 가는가. 웅장한 무대장치나 스펙터클한 무대효과, 수많은 군중이 감동을 공유하는 ‘축제 분위기’를 경험하기 위해서다. 왜 푸치니의 멜로 드라마성 오페라를 보러 가는가. 푸치니의 섬세한 관현악법이 표현하는 인간의 미묘한 심리변화에 감동받기 위해서다. 이날 무대는 두 가지 다 만족시키지 못했다.

그래도 위안을 주는 것은 출연진의 열창이었다. 특히 남자주연 로돌포 역의 페르난도 델 라 모라는 윤택한 질감의 목소리와 이지적 표현력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확성 장치 없는 자연음으로 그의 목소리를 꼭 다시 듣고 싶었다. 그는 23일 공연에도 출연한다.

이번 공연은 24일까지 계속된다(22일 공연 없음). 02-581-1377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