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전통 스포츠인 스모 선수 중에는 몸무게 200kg이 넘는 거구가 수두룩하다. 이들은 도대체 뭘 먹기에 덩치를 유지할 수 있는 걸까.
내년 2월 서울에서 최초의 시범공연을 앞둔 일본스모선수단이 19일 내한했다. 이날 이들이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일본인학교에서 공개한 음식이 바로 ‘잔코나베’. 스모 선수들이 매일 먹다시피 하는 잔코나베는 잡탕의 일종. 쇠고기, 돼지고기를 비롯해 생선, 조개, 야채 등 영양가가 풍부한 재료를 넣어 끓인 음식. 간을 맞추기 위해 양념을 넣기도 하지만 그냥 물에 끊인 뒤 양념에 찍어먹기도 한다.
스모 선수들은 잔코나베를 점심 때 먹는데 보통 밥 3, 4공기에 잔코나베 5, 6그릇을 먹어야 한다. 이유는 따로 반찬을 마련할 필요가 없어 번거롭지 않은데다 제철에 나는 영양가 만점의 재료들을 몽땅 넣기 때문에 체력 유지에 그만이라고. 잔코나베는 선수들이 직접 만든다. 최상급의 마쿠우치부터 최하위인 조노구치까지 철저하게 계급화된 스모에서 두 번째 등급인 주료가 될 때까지는 만들어야 한다.
98년 일본에 건너가 마쿠우치에서 활약하다 최근 주료급에서 뛰고 있는 김성택(26)은 “4년 동안 잔코나베를 만드느라 고생했다. 매일 꾸역꾸역 먹는 것도 고역이었다”고 털어놨다.
잔코나베로 배를 가득 채운 스모 선수들은 무엇을 할까. 2시간 이상 늘어지게 낮잠을 자 몸무게를 유지하는 게 다음 순서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