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프로축구팀’을 놓고 축구계가 시끄럽다.
‘서울에 신생팀을 창단해야 한다’는 쪽과 ‘신생팀이 안 나오는데 기존 팀이라도 서울로 옮겨야 한다’는 쪽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최근 안양 LG가 ‘서울 입성’을 선언하며 빚어진 양상이다.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축구발전을 위해 팀 수를 늘려야 한다”며 신생팀 창단 원칙론을 펴고 있다. 95년까지 서울에 있다 안양으로 옮긴 LG는 “서울을 계속 비워두는 것은 축구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존 팀이라도 서울로 이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 프로리그가 있는 국가의 수도에 프로축구팀이 없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 가까운 일본 중국에도 있고 유럽에는 수도에 두 팀 이상이 있는 곳도 있다. 한 나라의 수도야말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인 데다 인구도 가장 많아 ‘흥행 보증수표’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96년 지역연고제를 도입하면서 95년까지 서울에 뿌리를 두고 있던 LG 치타스(안양 LG)와 일화 천마(성남 일화), 유공 코끼리(부천 SK)를 수도권 도시로 내려 보내며 축구전용구장을 짓는 팀에 서울 연고권을 준다고 했다. 2002월드컵이 끝난 뒤에는 신생팀 창단을 추진해 왔지만 1년6개월이 지났는데도 신생팀이 생길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창단을 검토했던 금호그룹과 KT, 국민은행도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두 손을 들었다. 이때 LG가 ‘서울 입성’을 치고 나온 것이다.
서울시는 LG의 제안을 환영하는 입장. 축구팬들의 욕구 충족과 서울월드컵경기장 활용 등에서 신생팀뿐 아니라 기존 팀도 무방하다는 것. 서울시는 기존 팀에도 부담금 1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 LG의 서울 입성 소식에 협회와 연맹이 축구발전이란 미명하에 신생팀 창단 원칙론을 거세게 펴자 좀 더 기다려보자고 했지만 기존 팀 이전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올해 안 나온 신생팀이 내년에 만들어진다는 보장이 있느냐. 조금만 기다리다 기존 팀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생팀 운운하는 동안 프로축구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월드컵 직후 꽉 찼던 스탠드가 텅 빈 지가 오래됐다. 8년을 프로팀 없이 비워둔 서울. 하루빨리 연고지 팀을 정하는 게 올바른 선택이 아닐까.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