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성형외과 김석화 교수는 어린이들에게 온화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김 교수가 언청이 환자의 얼굴을 살피고 있다.권주훈기자 kjh@donga.com
영화계 원로 김수용 감독(현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74)은 영원한 휴머니스트로 불린다.
김 감독은 1958년 구봉서 주연의 ‘공처가’로 메가폰을 잡은 이후 40여 년 동안 ‘안개’, ‘화려한 외출’, ‘갯마을’ 등 100편이 넘은 영화를 감독한 영화계의 산 증인이다.
김 감독은 가정에서도 휴머니스트로서의 품성을 유지했다. 그는 자녀들로 하여금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에게 함부로 말을 못하게 교육시켰다. 자녀의 친구들도 자신의 친구처럼 따뜻하게 대했다.
그래서일까. 김 감독의 장남인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김석화 교수(48)의 얼굴에는 온기와 여유가 넘친다. 환자나 보호자에게 함부로 대하는 법이 없다. 그는 1989년부터 치과의사 김재찬 원장 등과 무료 수술을 하다가 96년 ‘동그라미회’를 결성해 매년 가정 형편이 어려운 5, 6명의 얼굴기형 환자를 무료로 수술하고 있다.
주위에서는 김 교수가 선천적 얼굴기형 치료를 천직으로 삼은 것도 아버지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얼굴의 절반이 지나치게 작은 환자의 뼈를 종전보다 2배 이상 빨리 늘리는 수술법과 인중의 양쪽이 갈라진 환자를 한번에 교정 치료하는 밀라드법을 개발하는 등 얼굴기형 치료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
여기에다 서울대병원 홍보실장, 서울대 의학박물관장을 맡고 있으며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출자한 온라인 의학교육 사이트인 ‘버추얼 MD’의 회장도 맡고 있다.
―주로 어떤 환자들을 보나.
“옛날에 언청이라고 불렀던 환자들이다. 선천적으로 입천장이 갈라진 구개열, 인중이 갈라진 구순열, 두 가지가 함께 있는 구순구개열 등의 환자들이다. 얼굴 반쪽이 덜 자란 반안면왜소증과 뇌수술 후 얼굴 성형수술이 필요한 환자 등도 치료한다.”
―언청이 환자는 어느 정도 있나. 옛날에는 한 동네마다 한 명씩은 있었는데 요즘은 통 볼 수가 없는 듯하다.
“1996년 국내 조사에 따르면 550명 중 1명이 언청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요즘 환자가 줄고 있다. 그러나 환자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엄마의 뱃속에서 죽기 때문이다. 초음파검사로 기형 여부를 쉽게 알 수 있는 구개열과 구순구개열 환자는 급격히 줄었다. 반면 구순열과 미세 구개열 환자는 별로 줄지 않았다.”
―이런 기형은 왜 생기며 어떻게 예방할 수 있나.
“임신 7주까지 태아의 얼굴은 여러 덩이로 나누어져 있다가 8~12주에 서서히 붙으면서 얼굴이 형성된다. 이때 여러 가지 요인으로 정상적으로 붙지 않으면 언청이가 되는 것이다. 임신부가 임신 초기에 풍진을 앓거나 특정한 약물을 복용한 경우, 음주 흡연을 한 경우 등에 기형아 출산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임신부는 한 방울의 술도 위험할 수 있으며 남편이 담배를 벅벅 피우는 것도 위험하다.”
―수술은 언제 하나.
“구순열은 가능하면 빨리 잇몸과 코에 대한 교정수술부터 하고 곧바로 수술하도록 한다. 수술 전 교정이 필요하지 않으면 입술이 적당한 크기로 성장한 생후 3~5개월에 수술한다. 구개열의 수술 시기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말하는 기능을 봤을 때에는 이르면 이를수록 좋지만 얼굴뼈의 성장을 보면 늦게 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성형외과에서는 이 점을 고려해서 몇 차례 순차적으로 수술한다.”
―각종 흉터 수술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흉터로 고민하는 사람이 많을 듯한데….
“대화하는 거리에서 별로 표시가 나지 않으면 수술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수술을 하면 어차피 조직이 손상되기 마련이다. 동물은 수술 후에 거의 흉터가 남지 않지만 사람은 꿰맨 부위의 피부가 섬유조직으로 변하기 때문에 흉터가 남는다. 작은 흉터를 없애려다 더 고생할 수 있다. 흉터를 줄이려면 사고 직후 처치가 중요하다. 수술하면 미세한 흉터가 남지만 그대로 놔두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흉터가 덜 나게 하려면 다치고 6~8시간 내에 꿰매야 하며 방치하면 조직이 손상돼 흉이 더 남는다. 또 길에서 넘어져 얼굴이 갈렸을 때에도 6시간 내에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피부 안으로 이물질이 들어가 울긋불긋한 상처가 영원히 남게 된다. 화상을 쉽게 여기는 사람도 있는데 가벼운 화상이 세균 감염으로 악화돼 깊은 감염이 될 수 있다. 좋은 창상 치료제를 이용해 상처가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조금이라도 상처가 깊다고 여겨지면 병원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박귀원 최인호 교수 수술분야 영예▼
어린이를 수술하는 분야의 베스트 닥터는 서울대병원의 박귀원(일반외과), 최인호(정형외과), 김석화 교수(성형외과)가 선정됐다.
이는 전국 18개 대학병원의 소아과, 외과, 정형외과, 성형외과 교수 134명에게 △자신의 가족에게 소아외과계 질환이 있을 때 치료를 부탁하고 싶고 △최근 3년 동안 진료 및 연구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의사를 5명씩 추천받아 집계한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는 어린이를 수술하는 신경외과, 비뇨기과 등의 의사들을 추천한 경우도 많았지만 이들은 이전에 소개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소개하지 않는다.
▼소아외과 12인의 명의들▼
▼과학기자협회 ‘올해의 과학자’ 뽑히기도▼
▽박귀원(54)=어린이 대장암 수술 분야의 독보적 존재이며 어린이 창자기형, 식도막힘증, 간이식 등 소아외과 전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어린 환자가 수술을 받고 성장해서 받을 정신적 문제까지 염두에 두고 수술 때 작게 절개해 상처를 덜 남기기 위해 노력한다. 서울대병원 의료사회사업실장을 맡고 있다. 2002년 한국과학기자협회로부터 ‘올해의 과학자’로 선정됐다.
▼국내 최초 가슴붙은 샴쌍둥이 수술▼
▽정풍만(60)=1990년 국내 최초로 가슴과 상복부가 붙어 있는 샴쌍둥이, 1994년 두 번째로 골반이 서로 붙어 있는 샴쌍둥이를 분리했으며 4명 모두 건강하게 살고 있다. 1979년부터 지금까지 각종 기형 및 질환자 1만2000여명을 수술했다. 1994년 단장증을 가진 장무공증(腸無空症) 아기의 장을 갈라 장의 길이를 2배로 늘리는 수술을 세계 최초로 시술했고 무수한 국내 최초 기록을 갖고 있다.
▼소아 간이식수술 성공률 세계적 수준▼
▽이석구(49)=소아 간, 신장 이식의 최고 전문가다. 2001년 종교적 이유로 수혈을 거부해온 아이에게 수혈 없이 간을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하는 등 지금까지 300여 명에게 간을 이식했다. 간 이식 성공률 91.1%, 1년 후 생존율이 80.3%로 세계적 수준이다. 6월 이집트에서 3회의 간 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현재 이집트, 베트남 의사들에게 의술을 가르치고 있다.
▼초음파 담도폐쇄증 진단법 세계최초 개발▼
▽박우현(55)=초음파를 이용해 소아 담도폐쇄증을 조기진단하는 방법을 세계 처음으로 개발해 미국 일본 등 각국에 보급했다. 박 교수가 이끄는 팀은 이 진단법 덕분에 담도폐쇄증을 조기 치료할 수 있어 세계적 수준의 치료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병의 외형이 비슷한 신생아 간염의 불필요한 수술을 피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대한소아외과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소장 이식수술 동물실험 모델 만들어▼
▽이명덕(55)=장 기능저하에 관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으며 소장 이식수술 동물 실험 모델을 정립했다. 정상적으로 식사하지 못할 때 영양을 공급하는 방법인 정맥 및 경장 영양법을 보급했고 재가 정맥 영양법 시스템을 확립했다. 국내 최초로 전복벽 이식수술에 성공했다. 국제학술지 ‘뉴트리션’의 편집위원을 맡고 있으며 2001년 한국정맥경장영양학회를 창립했다.
▼사지 골절고정-변형 교정용 기기 개발▼
▽최인호(51)=1987년 사지 골연장, 변형 교정을 위한 일리자로프 수술법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1990년대 중반 사지 골절고정, 골 연장 및 변형 교정용 국산 외고정 기기를 개발했다. 북미 소아정형외과학회의 ‘섬 콜먼 상’, 미국척추측만증연구학회의 ‘러셀 힙스 상’을 받았다. 소아정형외과 분야의 유일한 국제 학술지인 ‘소아정형외과학지’의 편집위원이다.
▼소아 ‘휜 다리’ 교정 기틀 잡아▼
▽이석현(59)=국내에 소아정형외과 분야를 뿌리내린 주인공으로 평가받는다. 1973년부터 2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선천 소아 만곡족 환자의 기형을 한꺼번에 교정할 수 있는 ‘후내측 이완술’을 국내 최초로 시행했다. 대한정형외과학회 이사장, 대한소아정형외과학회 회장, 대한스포츠의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고 최근 국제소아정형외과학회 차기 회장에 선출됐다.
▼3차원 분석법 통해 뇌성마비 진단 치료▼
▽정진엽(48)=뇌성마비 등 신경 근육 질환 치료에 새 장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각종 신경, 근육운동 장애를 ‘3차원 인체동작분석법’ 등의 방법을 통해 과학적으로 진단하고 치료하고 있다. 토끼를 대상으로 ‘일리자로프 뼈 연장술 실험’을 통해 원래 뼈 길이의 30% 이상을 늘리면 뼈의 자연적 성장이 되레 억제된다는 사실을 입증했해 세계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합병증 줄인 ‘짧은 다리’ 수술 정평▼
▽박희완(55)=1988년 이후 500여명의 단축 사지, 왜소증, 사지부동 등 환자를 일리자로프 수술로 치료했고 치료 및 장기 관찰 결과를 각종 학술지에 발표해 왔다. 이 수술 때 골수정을 병행해서 치료기간을 단축하고 합병증의 발생을 줄이고 있다. 수술 대상을 엄격히 제한해 왔지만 치료법의 발달 덕분에 수술 대상을 넓혀 각종 외상 환자의 치료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국내최초 귀 성형 전문클리닉 열어▼
▽박철(54)=연세대 영동세브란스병원에서 교수로 있다 최근 개원했다. 국제 권위지에만 21편의 귀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91년 국내 최초로 ‘귀 성형 전문 클리닉’을 열었으며 1500여명의 귀를 새로 만들었다. 30여 가지의 귀 수술법을 개발했으며 보원학술상, 광혜학술상, 유한의학상 등을 받았다. 대한미용성형외과학회 이사장, 대한성형외과학회 편집위원장을 역임했다.
▼소아 얼굴기형 상담 사이트 운영▼
▽김용배(49)=미국 듀크대 악안면 외과학교실에서 실력을 닦았다. 2001년 두개골 조기유합증에 대한 새 수술법을 개발해 스웨덴에서 개최된 국제두개안면성형외과학회에서 발표했다. 대한두개안면성형외과학회 학술위원장을 역임했고 대한성형외과학회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소아 얼굴기형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고 상담하는 사이트(faceps.com)를 운영하고 있다.
▼귀 이식술 등 선천 귀 기형환자 집중치료
▽오갑성(47)=‘귀 기형 클리닉’에서 인조 귀 이식술, 자가 연골 배양 등을 통해 선천 귀 기형 환자를 집중적으로 치료하고 있다. 교정치과, 이비인후과, 정신과 의료진과 언어치료사로 구성된 ‘구개 구순열 클리닉’과 ‘두개 악안면 클리닉’에서 체계적인 얼굴 기형 수술을 하고 있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교수로 재직하다 2001년 삼성서울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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