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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 전국 확산]철새-운송차량 통해 전파 추정…왜 확산되나

입력 | 2003-12-21 18:20:00


조류(鳥類)독감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처음 발생한 충북 음성군에 이어 충남 천안시와 전남 나주시, 경북 경주시에서도 닭과 오리들이 조류독감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또 충북 청주시 등에서도 발생 의심 신고가 접수되는 등 전국 전역에 비상이 걸렸다.

▽왜 확산되나=농림부는 △해외에서 수입한 농축산물을 통한 유입 △철새 전파 △농축산물 운송차량 전파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수입 농축산물을 통한 해외 유입설은 이번 조류독감이 국내에서는 처음 발생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내에 없던 바이러스가 새로 생긴 것은 외국에서 들여온 수입 농축산물이 전국으로 퍼지면서 자연스럽게 전파될 수 있기 때문.

철새 전파설은 조류독감 발생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최초 발생 농장 인근의 저수지에서 서식하고 있는 청둥오리 떼가 바이러스를 옮겨와 배설물이나 깃털 등을 통해 닭이나 오리에게 전파됐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현재 이들 청둥오리 떼에 대한 배설물 및 바이러스 검사가 진행 중이며 그 결과는 2∼3일 후에 나올 예정이다.

농축산물 운송차량 전파설은 조류독감 최초 발생일이 당초 알려진 이달 5일(신고일은 10일) 이전이었을 때 성립한다. 최초 발생일 이전부터 바이러스가 국내에 들어와 소독작업을 하지 않은 운송차량들이 바이러스를 묻혀 전국적으로 확산시켰다는 것.

▽허술한 방역 체계도 문제=일부 전문가들은 위험지역 내 방역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이 ‘화근(禍根)’인 것 같다고 분석한다.

정부는 12일부터 위험지역에 공무원과 군인을 보내 이 지역 내 닭과 오리를 도살하고 있지만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체 감염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공무원이나 군인들이 방역 작업에 동원되는 것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

실제로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음성군은 방역 작업에 투입할 공무원 명단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상당수 공무원들이 “몸이 아프다”는 등의 이유로 꺼리는 바람에 조류독감 발생 초기에는 하루에 30여명만 동원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근 군부대도 “인체 감염 위험이 없다고 확인되지 않는 한 매몰 현장에 병력을 투입하기 어렵다”며 초기에는 통제 초소에만 50여명의 병력을 파견하는 데 그쳤다.

▽철새 도래지에도 불똥=조류독감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충남 서산시 천수만에서 월동하고 있는 천연기념물 재두루미와 국제보호종인 가창오리 등 260여종 40만마리의 철새가 떼죽음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닭이나 오리처럼 조류독감에 걸릴 수 있는 조류이기 때문.

서산시 관계자는 “2000년 11월 이곳에서 겨울나기를 하던 가창오리 등 철새 2만여마리가 ‘가금(家禽) 콜레라’에 감염돼 집단으로 쓰러져 죽은 일이 떠오른다”면서 “철새 가운데 한 마리만 조류독감에 감염돼도 철새의 이동성을 감안할 때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천수만뿐만 아니라 충남 서천 금강 하구 둑과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 창녕 우포늪 등 철새도래지를 관리하는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크게 걱정하고 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서산=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