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21일 “내 목표는 (내년 총선에서) 다수 후보를 당선시키는 것”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확실한 원내 제1당이 안 되면 정계에서 은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날 오전 SBS TV ‘염재호의 시사진단’에 출연해 이처럼 내년 총선에 자신의 남은 정치 인생을 걸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의 발언은 노무현 대통령이 노사모 등 친위조직을 앞세워 총선을 독려하는 상황에 맞서기 위해 배수진을 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노(反盧) 전선에 당력을 모으는 한편 당내에서 자신을 흔드는 비주류 진영도 겨냥한 양수겸장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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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는 또 노 대통령의 ‘대통령선거 자금은 350억∼400억원’ 발언에 대해 “선거무효 사유에 해당되는 위험하고도 중요한 언급”이라며 “시민단체들이 제기해 진행 중인 선거무효 소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대선자금이 343억5000억원(대선자금 법정상한액)을 초과하면 당선무효 사유가 되지만 그 시효(선거일 이후 6개월)가 지났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진행 중인 선거무효 소송엔 노 대통령의 발언이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최 대표는 설명했다.
노 대통령이 스스로 대선자금과 관련한 위법성을 인정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공세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최 대표는 판단한 것 같다. 그가 이날 청와대의 사후 해명을 ‘물 타기’라고 일축하며 날을 세워 공세를 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 대표는 ‘정당활동비 80억원이 포함됐다’는 청와대의 해명에 대해 “대통령은 분명히 ‘대선비용’이라고 얘기했고 사후 얘기한 80억원은 별 의미가 없다”며 “국민에게 책임을 면할 도리가 없다”고 거듭 청와대를 압박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에 대해서는 “큰 덩어리는 500억원선이 맞지만 어느 정도 더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국민에게 면목이 없고 검찰 수사를 철저히 받겠다”고 목소리를 낮췄다.
그러나 최 대표는 “한나라당쪽 불법자금만 나오고 노무현 캠프에선 한 푼도 나오지 않는 검찰 수사는 불공정하다”고 말해 검찰 수사의 편파성에 대해서도 거듭 문제를 제기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