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인 충남 서산 천수만에도 조류독감의 불똥이 튀고 있다.
충북 음성에서 처음 발생한 조류독감이 음성에서 24km가량 떨어진 충남 천안에서도 발생하는 등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천수만에서 월동하고 있는 천연기념물 재두루미와 국제보호종인 가창오리 등 260여종 40만마리의 철새가 위협받고 있다.
조류독감의 전파 매체가 철새라는 설은 아직 진위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충북 음성군의 경계지역(3∼10km)에서 훨씬 떨어진 곳에서도 조류독감이 발생하고 있는 점으로 미뤄 철새가 전파 매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조류독감이 번지면 천수만에 모인 철새는 순식간에 떼죽음을 할 수도 있다.
충남 서산시 관계자는 “2000년 11월 이곳에서 겨울나기를 하던 가창오리 등 철새 2만여마리가 가금 콜레라에 감염돼 집단으로 쓰러져 죽은 일이 떠오른다”면서 “철새 가운데 한 마리만 조류독감에 감염돼도 철새의 이동성을 감안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충남도와 서산시는 천수만 주변 간월호와 부남호 주변 지역에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한편 철새의 가검물을 채취해 국립수의과학검역원으로 보냈다.
천수만 탐조객의 수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휴일이면 2000여명에 이르던 탐조객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천수만 방조제에 차를 세워두고 새를 관찰하는 탐조객들의 모습도 볼 수 없다.
천수만뿐만 아니라 충남 서천 금강 하구 둑과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 창녕 우포늪 등 철새도래지를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들도 걱정이 태산 같다.
조류전문가들은 “야생 청둥오리와 집오리는 같은 종이어서 감염 경로나 반응이 같다”면서 “철새들의 떼죽음을 막으려면 철저한 관찰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산=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