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협력업체가 시설투자를 할 경우 투자자금의 절반을 무이자로 빌려주는 등 협력업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5년간 약 1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삼성은 또 내년에 금년보다 17% 늘어난 15조5000억원을 반도체, 초박막 트랜지스터 액정 표시장치(TFT-LCD),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등에 투자할 예정이다.》삼성 이학수(李鶴洙) 구조조정본부장은 2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협력업체의 발전 없이 삼성전자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협력업체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자금, 교육, 인력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외환위기 이후 수익성 경영이 중시되면서 사실상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그러나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1200개의 1차 협력업체 역시 일류기업 수준에 올라서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협력업체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설명.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5년간 8750억원을 마련해 사출, 프레스, 금형, 전지, 기구 등 집중 육성이 필요한 5개 업종의 협력업체 350개를 선발해 이들 업체의 시설투자 금액의 50%를 무이자로 빌려줄 계획이다. 우선 내년에는 2000억원가량이 지원되며 원금은 융자 후 5년이 지난 뒤 5년 분할상환조건으로 돌려받는다.
삼성전자는 또 협력회사의 직원 1만300여명에 대해 6시그마, 3차원 컴퓨터그래픽 디자인 등에 관한 교육을 무상으로 실시하고 회사 내에 100여명 규모의 ‘협력회사 지도팀’을 구성해 협력회사에 경영컨설팅을 제공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또 회사의 전문인력을 3~6개월간 협력업체에 파견, 지식을 전파하는 ‘단기 파견제’를 운영하고 협력업체의 사장 아들 등 차세대 경영자를 삼성전자의 인턴사원이나 계약직 사원으로 채용해 현장 경영경험을 쌓도록 하는 등 ‘협력회사 경영자 육성 과정’을 운영하기로 했다.
내년 경영계획과 관련 이 본부장은 “삼성은 내년에 시설투자에 11조1000억원, 연구개발(R&D)에 4조4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총 15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시설투자액의 대부분은 국내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삼성그룹 전체의 금년 실적은 매출 115조원, 세전이익은 10조3000억원가량으로 추정되며 내년 매출은 120조원, 세전이익은 14조1000억원이 목표”라고 밝혔다.
삼성의 각 계열사는 금년에 377억달러를 수출, 한국의 무역흑자(150억달러)보다 큰 20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본부장은 “대부분의 계열사가 좋은 실적을 냄에 따라 사장단은 내년 1월 중순, 임원들은 설날 전에 인사가 있을 예정이며 승진 폭은 예년보다 클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해 이 본부장은 “삼성이 정치권에 건넨 정치자금은 회사의 비자금이 아니라 대주주들의 개인 돈이기 때문에 회사에 피해를 끼치지 않았고 따라서 소액주주들로부터 민사소송을 당할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