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남극 대탐험]“남극점 711km 남았다”

입력 | 2003-12-22 18:02:00

'남극점을 향하여'. 초속 30m가 넘는 강풍과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화이트아웃을 뚫고 남극점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원정대. 원정대는 19일 남위 83도선을 통과했다. 남극=전창기자



‘남극점까지 711km 남았다.’

동아일보가 후원하는 남극점 원정대가 힘찬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박영석 대장(40·동국대산악부OB·골드윈코리아)이 이끄는 남극점 원정대는 22일 남위 83도38분, 서경 80도03분 지점을 통과했다.

남극대륙 해안 허큘리스(남위 79도59분, 서경 80도06분)를 출발한 게 지난달 30일. 23일 동안 총 423.5km를 걸었다. 전체 거리의 37%를 주파한 것. 앞으로 남극점까지는 직선거리로 711km다.

‘입술 부르터스?’ 박영석 대장(왼쪽)과 이치상 대원의 입술이 퉁퉁 부르텄다. 사진제공 남극원정대

하루 평균 주파거리는 18.4km꼴. 아직 당초 계획했던 하루 22km에는 미치지 못한다. 끊임없이 불어대는 초속 30m에 가까운 강풍(블리자드) 때문이다. 엄지손톱 크기만 한 돌덩이까지 바람에 날려 다니며 원정대를 괴롭힌다.

백시현상(화이트아웃)도 원정대의 발목을 잡고 있다. 화이트아웃은 눈보라, 안개 등으로 사방이 온통 하얗게 변해 거리감각을 잃고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화이트아웃이 발생하면 발밑도 보이지 않아 대원들은 장비를 실은 썰매와 함께 나뒹굴기 일쑤. 강철원 대원(35)은 화이트아웃 때문에 하루에 50번 이상 넘어지기도 했다. 원정대는 그동안 화이트아웃으로 사흘을 텐트 안에 갇혀 발을 굴렀다.

고행이나 다름없는 원정이 계속되면서 대원들의 몸 상태도 좋은 편이 아니다. 박 대장은 히말라야 원정에도 끄떡없었던 발바닥에 통증이 생겨 난생 처음 파스를 붙였다. 이현조 대원(31)은 오른발 피로골절로 고생하고 있다. 5명 대원 모두 위아래 입술이 퉁퉁 부르터 음식물을 넘기려면 억지로 입을 벌려야 할 정도.

다행히 남극은 현재 여름이라 평균기온이 섭씨 영하 20도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고 있다. 강풍으로 체감온도가 영하 40도 이하로 뚝 떨어질 때를 제외하고는 그런대로 견딜 만하다.

이대로라면 내년 1월 25일 예정대로 남극점에 도달할 수 있을 전망이다. 내륙으로 들어갈수록 바람이 잦아드는 데다 출발할 때 130kg 넘게 나가던 썰매도 실었던 식량이 차츰 줄면서 가벼워져 대원들의 어깨를 가볍게 한다.

박 대장은 “올해 초 북극점 원정 때보다 훨씬 상황이 좋아 도달 예정일을 앞당길 수도 있을 것 같다”며 “하루 일정을 끝내고 녹초가 됐다가도 동아닷컴(www.donga.com)을 통해 가족, 친지들과 수많은 팬들의 격려 메시지를 보면 다시 기운이 샘솟는다”고 말했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