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꿈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피아니스트 김대진씨(41·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사진)가 콘서트 지휘자로 데뷔한다. 23일 오후 7시반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김대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콘서트.
그는 이 연주회에서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1번 2악장, 협주곡 23번 2악장과 3악장을 솔로 연주하는 동시에 특별 편성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씨가 협연하는 비발디 ‘사계절’ 중 ‘겨울’에서도 그는 쳄발로(피아노의 전신)로 화음을 넣으면서 악단을 지휘한다.
국내 정상의 피아니스트인 그가 왜 새로운 세계에 눈길을 돌렸을까.
“피아니스트들에게는 어느 정도 공통된 욕구죠. 건반으로 다양한 음색을 탐색하다 보면, 여러 음색을 낼 수 있는 오케스트라라는 ‘악기’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바이올린 등 선율악기와 달리 피아노는 화음을 연주하므로 오케스트라와 가깝다는 점도 이유가 되죠.”
중학생 시절부터 지휘자의 꿈을 키웠던 그는 콘서트는 아니지만 지휘대에 선 경험이 있다. 서울예고 재학시절, 그의 은밀한 꿈을 알고 있던 음악과장 김정길씨(전 서울대 작곡과 교수)가 그에게 학교 연주회에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1번을 지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미국 줄리어드음대 박사학위 과정을 밟을 때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을 연구한 논문을 제출한 뒤 가진 연주회에서도 모차르트의 협주곡 23, 24, 25번을 직접 지휘하면서 연주하기도 했다.
최근에 그는 폴란드에서 폴란드 국립방송교향악단을 지휘해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17, 23번을 연주하고 녹음했다. 이 연주는 2004년 12월경 발매될 예정.
“앞으로는 지휘자로서의 영역을 점차 넓혀볼 욕심입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전곡 연주 시리즈에 이어,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전5곡)도 직접 지휘해보고 싶습니다.”
그는 솔리스트로서의 경험상 연주자가 편하게 연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형 지휘자’가 가장 바람직한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