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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라우리 코르피넨/한국과 ‘산타의 나라’

입력 | 2003-12-22 18:26:00

라우리 코르피넨


95%가 기독교 신자인 핀란드인에게 크리스마스는 한국의 추석만큼이나 중요한 명절이다. 핀란드의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이 철칙이다. 크리스마스 전야에는 가족과 함께 교회 가까이에 있는 공동묘지에 가서 조상 묘소 앞에 촛불을 켜놓고 예배를 드린다. 캐서롤과 햄, 쌀죽 등 핀란드 전통음식을 먹은 뒤 크리스마스트리 주위에 둘러앉아 산타클로스가 오시기를 기다리며 선물을 주고받는다.

핀란드는 ‘산타의 나라’다. 핀란드 북부 라플란드의 로바니에미 시에는 산타마을과 산타우체국도 있다. 크리스마스 때면 하루에도 1000여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이 마을을 찾는다. 핀란드 산타는 매년 전 세계에서 100만여통의 편지를 받는다.

한국 어린이들의 편지도 많아지고 있다. 한국 어린이들은 ‘학원에 가지 않고도 좋은 성적을 얻게 해 달라’거나 ‘축구공이 없는 같은 반 친구에게 축구공을 선물해 달라’는 등의 소원을 담았다고 한다.

올해는 핀란드와 한국의 외교수립 30주년이 되는 의미 있는 해다. 30년의 세월만큼이나 핀란드인과 한국인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아 항상 친근하다. 오랜 역경을 슬기롭게 극복해 온 역사가 그렇고, 정(情)이 많고 사우나를 즐긴다는 점이 그렇다.

얼마 전 여론조사기관을 통해 ‘한국인의 핀란드 국가 이미지’를 조사한 적이 있다. 한국인들은 핀란드에서 ‘투명성’ ‘노키아’ ‘자일리톨과 자작나무’ ‘산타클로스’ ‘사우나’ 등을 연상했다.

그런가 하면 필자는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한국의 열정적이고 다양한 문화적 가치에 놀란 적이 많다. 김치 두부 빈대떡 등 이채로운 음식문화에 감탄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이렇게 흥미롭고 가치 있는 한국문화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것 같다.

한국이 국가 이미지로 개발할 자산은 많다. 반도체 전자 철강 조선 등 비교우위산업은 물론이고 한국만의 다양한 문화와 음식 등을 국가 이미지로 정착시킬 때가 됐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세계인이 핀란드의 산타마을을 연상하듯 말이다.

30년 지기인 핀란드인과 한국인 모두에게 평화롭고 따뜻한 크리스마스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국인 친구들이여, 메리 크리스마스!

라우리 코르피넨 주한 핀란드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