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고구려 고분군에 포함된 동명왕릉. -동아일보 자료사진
북한 고구려 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여부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고구려 고분군에 대한 최종보고서를 작성하는 내년 2월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이런 관측은 2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리는 ‘한중 고구려 유적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현황과 대책’ 토론회(고구려연구회·ICOMOS 한국위원회 공동 주최)에서 ICOMOS 한국위원회 집행위원인 이혜은 동국대 교수(51·지리교육)가 밝힐 내용. 이날 ‘북한의 고구려 유적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 과정과 현황’을 발표하는 이 교수는 “내년 6월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열리는 제28차 세계유산위원회(WHC) 총회에 앞서 2월경 ICOMOS 운영이사회가 등재 신청 유산에 대한 최종보고서를 작성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이때 ‘등재(to be inscribed)’ 권유로 보고서가 작성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네스코 산하 WHC의 자문기구인 ICOMOS는 각국이 등재 신청한 유산에 대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심사하는 전문기관. ICOMOS의 최종보고서는 등재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 교수는 북한의 고구려 고분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낙관했다. 그 이유는 △아직까지 세계문화유산을 1건도 등재하지 않은 국가에 우선권을 부여한다는 것이 WHC의 방침이고(북한은 1건도 없음) △북한의 고분군 가운데 일부는 긴급 등재를 해야 할 정도로 훼손 정도가 심하며 △고구려 문화의 독창성과 가치가 세계적이라는 것이 입증됐기 때문이란 설명.
이 교수는 또 지난해 7월 ICOMOS의 의뢰로 북한 고구려 고분군을 현지 조사한 중국 칭화대 뤼저우(呂舟) 교수가 의도적으로 부정적인 보고서를 작성해 고구려 고분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보류됐다는 한국 학자들의 주장에 반대 견해를 밝혔다. 뤼 교수의 현지 실사 과정에서 북한은 고분군에 대한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고 북한의 문화재 보존관리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것.
그러나 서길수 고구려연구회장(59·서경대 교수·경제사)은 ‘중국의 고구려 유적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ICOMOS가 중국 학자에게 북한의 고구려 고분군을 조사하라고 한 뒤 이 보고서를 근거로 북한의 등재 신청을 보류한 것은 명백한 절차상 하자”라고 주장했다. 뤼 교수가 북한 현지를 실사할 때는 중국이 이미 동북지역의 고구려 유적에 대해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을 준비 중이었다는 것.
서 교수는 내년 6월 WHC 총회에서 중국측 고구려 유적 등재 가능성이 100%에 가깝다고 전망했다. 중국은 제28차 WHC의 21개 이사국 중 의장국가인 데다 총회도 중국에서 열리기 때문. 그러나 한국과 북한은 이사국에도 들어있지 않아 불리하다는 것. 서 교수는 “중국과 북한이 신청한 유적 모두 등재되는 시나리오가 우리가 바랄 수 있는 최상”이라며 이를 위해 △북한에 경쟁국인 중국의 심사관을 파견한 것은 무효임을 WHC에 강력하게 주장하고 △외교통상부 등 관계부처를 중심으로 대책반을 구성해 북한의 고구려 유적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북한과 중국의 고구려 유적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경과연도북한중국1989. 11
세계유산협약 가입1998. 7 세계유산협약 가입
2000 - 5월 세계유산 잠정목록 제출(고구려 고분군) - 8월 유네스코 자문단 방북
2002 - 1월 세계유산 등재 신청 - 6월 세계유산위원회, 신청서 요구사항 완전 충족 인정 - 7월 ICOMOS 전문가(뤼저우 중국 칭화대 교수) 현지조사 실시 - 세계유산 잠정목록 제출(고구려 왕성, 왕릉과 귀족무덤) - 고구려 유적 보수 복원 정비 시작2003 - 5월 고구려 고분군 관련 추가자료 제출 - 7월 3일 고구려 고분군 등재 결정 보류 - 1월 세계유산 등재 신청 - 3월 세계유산위원회, 신청서 요구사항 완전 충족 인정 - 9월 ICOMOS 전문가(니시타니 다다시 일본 규슈대 명예교수) 현지조사 실시2004 - 2월 ICOMOS 운영이사회, 신청 유산들에 대한 최종보고서 작성 예정 - 6월 중국 쑤저우에서 열리는 제28차 세계유산위원회 총회에서 등재 여부 최종 결정